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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서툰 인사말
항상 서툰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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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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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남
△김덕남씨는 전주 용소초등학교장으로 퇴임했다. ‘물사랑 공모전’ 은상, ‘글벗문학회 공모전’ 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아람 수필문학회’ 부회장, ‘대한 문학 작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디 가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집 아줌마가 방긋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저-기요” 나는 우물쭈물하다 건성으로 대답했다.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다는 사적인 일까지 그녀에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아, 네-” 하며 나의 무성의하고 애매한 대답에도 충분히 알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제 갈 길을 갔다. 그녀도 나에게서 명확한 대답을 들으려 했던 것은 아니라 그저 습관적이고 의례적인 인사치레에 불과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전쟁이 잦았던 우리의 역사 속에 밤새 아무 변고 없이 잘 자고 일어났느냐는 뜻의 애환이 섞인 의식적 안부 인사다. 어린 시절 어른들을 보면 ‘진지 잡수셨어요?’라는 인사말도 애환의 의미가 담겼지만, 꼭 식사를 했느냐는 물음보다는 친근감에서 통용되어오던 인사말이다. 우리가 주고받는 인사말 중에는 이같이 통념적인 인사를 주고받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런데 ‘어디 가느냐?’는 인사말은 친근감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그 인사를 받고 ‘굳이 개인적인 행보까지 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충 성의 없이 얼버무림을 할 때가 있다.

‘어디 가세요?’ 보다는 ‘옷이 잘 어울려요.’ ‘인상이 참 좋으세요.’ 등 가볍고 현실적인 인사를 해 주면 참 좋을 텐데 굳이 타인의 사생활을 궁금해하거나 참견하고 싶어 하는 인사말이 우리 세대의 인사다. 계산이 빤한 도시 깍쟁이보다 정이 넘치는 순수한 시골 아낙들일수록 더 그렇다. 재치 있고 경위 바른 젊은 세대들은 그런 일이 적은 편이다. 정말 궁금하여 가는 곳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타인의 목적지까지를 묻는 사생활 침해적인 그런 인사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구 문화가 많이 접목된 요즈음은 ‘좋은 아침입니다.’ ‘반가워요.’ 등 밝고 경쾌한 인사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그런데 간혹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아리따운 여인이나 멋스러운 남자가 느닷없이 ‘사랑합니다.’라는 닭살 돋는 인사말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어느 공공 기관과 통화를 했을 때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받고 무척 쑥스러웠는데 이제 그 인사말이 상점까지 심지어 우리 교회 신부님과 신자 상호 간의 인사로까지 발전되어 많이 익숙해졌다. 우리 일상에서 이렇게 습관화되지 못해 어색했던 인사말도 생활화되면 의식이 바뀌고 그 의미가 더욱 정감 있게 다가올 것이다. 며칠 전 은행에 갔을 때였다. 촌로가 들어와 번호표를 뽑고 소파로 다가오더니 앉아 있던 또래의 노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이, 자네 여긴 어쩐 일인가?” 은행에 무슨 일로 왔는지 알고 싶어 묻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안 그 노인도 “응, 그냥 왔네.”라는 허망한 답변을 건넸다. 진정으로 궁금해 알고 싶었다면, 그런 대답으로 충분했을까?

“언제 밥이나 한번 먹세.” 인사를 건넸던 노인은 또 부질없는 기약의 인사를 던진 뒤, 무관심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가 버린다. 그날 은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랫집 처녀와 마주쳤다. “유정 씨, 어디가?” “네. 안녕하세요?” 내가 묻는 인사말과는 아랑곳없는 인사를 던지고 해맑게 뛰어간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나 또한 무엇 때문에 남의 목적지를 궁금한 것처럼 물어봤을까? “안녕!” 또는 “잘 지냈어?”라는 적절한 인사말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인사말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고,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영위하는데 필요하다. 따라서 인사말의 기본은 길이와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인사말들은 무엇일까? 항상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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