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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세계태권도대회] 북한 ITF 시범단 가이드 정우진 대표가 전한 뒷 얘기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북한 ITF 시범단 가이드 정우진 대표가 전한 뒷 얘기
  • 김세희
  • 승인 2017.07.0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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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쳤나요" 文 대통령 배려에 감동…"WTF 시범 흥미 위주" 비판 / 개막공연 격파 실수에 "문책하는 경우는 없을것" / 전북도서 마련한 한지선물, 북 반입금지에 반납 / 전주음식 상당히 만족…지역관광 약속없어 취소
▲ 지난달 30일 무주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무주WTF세계태권도대회 폐막식에서 북한ITF태권도시범단 송남호 감독이 발차기로 격파한 10cm 두께의 송판에 ‘하나된 태권도’라고 사인하고 있다. ·무주 태권도원=안봉주 기자

10년 만에 방문해 남북 교류의 기대감을 높였던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 이들은 대회기간 동안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공연 외에 무엇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시범단 공연 외 모든 일정은 비공개였으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공식 일정은 6박 7일 동안 ITF의 가이드 역할을 했던 미국 태권도 잡지 ‘태권도 타임즈’의 정우진 대표와 김일출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차장만 알고 있다. 정 대표와 김 차장을 통해 북한 방문단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막식 송판격파 실수

ITF시범단은 지난달 24일 열린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 공연에서 10㎝두께의 송판 격파를 여러 차례 실패했다. 대회 첫 날부터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 ITF시범단.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높았고, 징계나 문책을 예상했다. 장난스레 ‘아오지탄광행’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정우진 대표는 “북한에서는 태권도가 국위선양에 큰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태권도 선수를 정부 차원에서 극진히 보호해주고, 실수를 하더라도 문책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재미 언론인으로 태권도인 출신이다. 현재 ITF와 WTF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한에도 10여 차례 정도 다녀왔다고 했다.

△대통령의 매너

문재인 대통령이 송판 격파에 실패한 뒤 기분이 안 좋아진 ITF시범단의 기분을 풀어줬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시범단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뒤 시범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때 문 대통령이 송판 격파에 나선 유단자들의 손을 만지면서 ‘안 다쳤느냐, 괜찮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북한 선수들이 대통령의 인자함에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ITF가 본 WTF시범단 공연은?

“WTF시범단이 구현하는 태권도는 서커스 같다.”

ITF시범단 일부가 WTF시범단의 공연을 보고 내린 평가다. ITF시범단의 공연에 비해 WTF시범단의 공연은 화려했다. ITF시범단의 공연이 주로 격파중심이라면, WTF시범단의 공연은 공중제비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섞여있다. 격파용 송판은 북한 송판이 더 두껍다.

이를 본 북한 시범단은 “WTF공연이 재미있지만 너무 흥미위주다”며 “무도가 없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행동 제약이 따르는 ITF시범단

ITF로부터 개막식의 판소리 공연과 풍물, 전주 음식, 한국을 보고 느낀 점 등 소소한 얘기는 듣기 어렵다. 정 대표는 “선수단은 태권도와 관련된 발언 이외에 다른 발언을 할 수 없다”며 “북한의 보위부원이 따라와 선수단을 항상 감시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ITF선수단은 ‘반갑습니다’라는 말 외에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단 리용선 ITF총재와 장웅 IOC위원 겸 ITF 명예총재는 예외다.

ITF시범단은 남한에서 의례적으로 제공한 선물도 북한에 가져갈 수 없다. 전북도에서는 ITF에 한지세트 선물을 제공했는데, 대회가 끝난 뒤 돌려주고 갔다. 단, 전주 음식에 대해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한 것 같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개막공연이 끝난 뒤 열린 만찬에서 남한 선수의 3배 이상을 먹어 음식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술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잘 마셨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는 “사람들 선입견처럼, 북한에서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니다. 북한에서도 태권도 시범단은 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ITF시범단 관광일정 취소

ITF시범단은 공연이 끝난 뒤 관광 일정이 잡혀있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과 한옥마을, 서울에서는 남산과 경복궁이다. 그러나 이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이에대해 “개막공연 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것 같다”는 등 여러 추론이 나왔다.

정 대표와 김일출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차장도 일정 취소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정 대표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찾을 때 북한보다 좋은 면은 보여줄 수가 없다”며 “특히 남산타워 관광은 서울 전경을 다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일로 매일 아침마다 남한의 국정원과 북한의 보위부, ITF와 WTF간부들이 회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차장은 시범단의 관광일정은 WTF와 ITF간 공식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대회에 관한 모든 일정은 김 차장이 관리한다.

김 차장은 “관광일정은 WTF가 선택사항으로 잡아놓은 것이며 ITF에서는 태권도 외교와 시범단의 공연을 위해서만 방한했다”며 “ITF에서는 공식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부연했다.

△ITF시범단 비공식 활동은

ITF시범단은 공연 시간 이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컨디션 조절과 훈련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차장은 “시범단은 6박 7일 동안 공연을 4개나 소화했다”며 “공연이 없는 날에는 타격을 입은 곳을 집중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쉬는 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도장부터 찾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조직위원회측에서 선수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게 김 차장의 입장이다. 그는 “인터뷰, 관광일정 등을 ITF와 협의없이 추가한 게 실수였다”며 “각종 혼선으로 인해 시범단이 쉬는 데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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