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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愛티켓
흡연 愛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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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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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다. 자비를 설파한 이는 부처다. 그 또한 근간은 ‘사랑’이다. 영어로는 당연히 love다. 한자어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는 이 ‘愛’를 여러 분야에 즐겨 써왔다. 애용품, 애국심, 애국가, 부부애 같은 말은 숫제 귀에 못이 박혀 있다. 그 옛날 호방한 선비들한테는 애첩(愛妾)이 있었다. 영화 제목 ‘애마부인’과, 북쪽 사람들이 즐겨 쓰는 ‘경애하는’까지 ‘愛’는 어디든 갖다 붙이면 좋은 말이었다.

여자들 이름에도 자주 썼던 ‘애’는 두말할 것 없이 모두 ‘사랑 愛’다. 요즘에는 여자들 이름으로 ‘愛’는 찬밥 신세다. 촌스러워서일까. 그렇다고 예로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에 뿌리를 튼실히 내린 가운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게 최고의 미덕임을 철석같이 믿어 왔던 우리가 그 좋은 말을 함부로 내칠 리는 없을 터….

여자들 이름에서 속절없이 밀려난 ‘愛’가 최근 들어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광고나 선전 문구가 대표적이다. ‘음악愛 빠진愛’, ‘가을은 독서愛 계절’, ‘나愛 사랑’ 같은 식으로 마구 쓰는 것이다. 그림의 ‘흡연 愛티켓 / 차茶에도 예절이 있듯이 / 흡연에도 예절이 있습니다’도 거기에 해당된다.

‘愛티켓’에 쓴 한자 ‘愛’의 뜻은 당연히 ‘사랑’이다. 이걸 우리말로 바꾸어 읽으면 ‘에’가 아니고 ‘애’다. 요즘 愛들이 한자를 아무리 몰라도 그 정도는 누구나 안다. ‘예의’를 뜻하는 영어 ‘etiquette’의 우리말 표준 발음 또한 ‘애티켓’이 아니라 ‘에티켓’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서 한자말 ‘愛’를 우리말 ‘애’와 ‘에’로 모두 쓰기로 정한 적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愛티켓’이 무슨 ‘사랑(愛)을 나누는 티켓(ticket)’이라는 뜻도 아니지 않은가. 기왕지사 愛를 갖다 쓸 바에는 ‘흡연 愛티켓 / 차茶愛도 愛절이 있듯이 / 흡연愛도 愛절이 있습니다’와 같은 식으로 ‘愛’를 원 없이 쓰고 볼 일 아니었을까.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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