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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심은 통영의 동백
베를린에 심은 통영의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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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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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선생 묘소에 바친 동백 / 남북이 불구의 시간 헤어나와 /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시대로
▲ 이재규 작가

G20 회의 참석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찾은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지를 찾아 그의 고향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심고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두 분의 이름이 새겨진 석판을 헌정한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윤이상이 누구인가. 세계적인 작곡가로 추앙받는 예술가이지만 박정희 체제 하인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서울로 강제연행되어 간첩죄를 뒤집어쓴 채 온갖 고초를 겪고 수감되었다가 독일 등 국제사회의 항의를 받고 추방되었고 끝내 그의 생전에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이역에서 운명했다. 루이제 린저가 쓴 윤이상과의 대담집 <상처받은 용>을 보면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현실에서 끝내 독일로 귀화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고통과 열망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남과 북이 대립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에 거주하던 우리 지식인, 예술가, 유학생, 동포들이 공안사건의 먹이감이 되면서 인생이 부서졌고 끝내는 그리운 조국이 원수가 되고 영영 등을 돌리게 되었다. 동포사회도 양분되었고 조선이냐, 한국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살아있는 생명을 둘로 갈라 쪼개고 네것내것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으면 다 적성, 빨갱이, 인민의 적이 되는 야만의 세월이었다. 유럽과 일본 등의 우리 외교공관은 그런 체제 대립의 일선현장에 선 첨예한 국가 기구였고 자국민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일을 우선하기보다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나 감시하고 통제하는 공안의 역이 제일이었다.

지난 분단의 세월 동안 남과 북 우리 모두는 눈이 한쪽으로만 쏠린 넙치, 가자미들이었다. 다른 쪽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 그리하므로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바쳐진 통영의 동백은 이제 남과 북이 모두 불구의 시간을 헤어나와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제대로의 시간을 살자는 호소처럼 보인다.

일찌기 문익환 목사는 <꿈을 비는 마음>이란 시에서 “벗들이여! / 이런 꿈은 어떻겠오? / 155마일 휴전선을 /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 푸른 바다가 굽어 보이는 산정에 다달아 /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이 제대로 돌아 /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역사적 현장인 베를린 구 시청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독일은 우리처럼 민족 내부의 살육을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갖고 있는 분단국가는 아니었으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양 체제를 다 겪으면서 유럽 국가 내에서도 독특한 내면을 갖고 있다. 이전의 문학 전통도 탄탄하지만 현대 독일 작가들의 작품에 배어 있는 다층의 역사 의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은 정말 남다른 데가 있다.

통독 이후의 시간들도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겪어야 할 미래를 미리 통과하고 있는 것만 같아 더욱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그곳 독일, 분단체제가 휘두른 칼날에 스러진 순정한 소망이 묻힌 자리에 어처구니없는 꿈의 상징처럼 한 그루 동백이 심어졌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일, 이 지긋지긋한 분단 체제 남북국시대의 상흔처럼 붉은 통영의 동백이 긴 겨울의 뒤끝에서 활짝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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