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5 00:07 (화)
소는 웃지 않는다
소는 웃지 않는다
  • 기고
  • 승인 2017.07.11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쇼핑을 꾹 참아왔던 여자가 모처럼 큰맘 먹고 백화점을 갔더란다. 호기심에 명품 브랜드 옷 매장을 들러서 요모조모 들여다보긴 했는데, 가격표를 보니 도대체 살 엄두가 안 나더란다. 매장 종업원 아가씨는 명품 백을 든 사모님한테는 상냥하게 안내를 해주면서도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더란다. 한참 뒤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그 아가씨, 여자가 들여다보고 있는 옷을 시큰둥하게 설명해주더니 한마디 툭 던지더란다. “이건 좀 고가 제품이라 아주머니 같은 분이 구입하시기는 좀….” 그 소리를 듣고는 그 여자, 옷값을 즉석에서 12개월 할부로 긁어버렸다더란다.

어느 한우고기 전문식당 간판을 올려다보니 ‘저희 업소에서는 5성급 이상 특급호텔에서만 사용하는 최고급 엄선된 고기만을 취급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거기 적힌 대로 최상급 품질의 한우고기만 손님들에게 내놓는다는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더구나 고기의 품질은 ‘5성급 이상 특급호텔’ 식당에서 소고기를 자주 먹어본 사람이나, 그 분야의 전문가 아니고서는 주인의 ‘처분’에 전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뭘까.

간판에 적힌 문구에 배배 꼬인 눈길을 던지자면 대충 이런 뜻이 들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업소에서는 최고급 소고기만 취급하니까 값이 비싸다. 평소 5성급 이상 특급호텔에서 식사하시는 분들만 오시라. 큰맘 먹고 돈 한 번 제대로 쓰시고자 하는 분까지는 물론 환영이다….’ 상호로 쓴 ‘우미소’는 ‘소 우(牛)’와, 소리 없이 빙긋 웃는 걸 가리키는 한자어 ‘미소(微笑)’를 결합해서 만들었을 터. 전날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서였을까. ‘소가 웃을 일이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었다. 간판에 그려진 소는 웃고 있지 않았는데도….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