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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미당 생애의 빛과 그림자 였던 국화옆에서의 시와 친일시가 전시실서 낮과 밤을 같이 한다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7.17  / 최종수정 : 2017.07.17  21:16:46
   
▲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통영 문인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미당시문학관에 가는 길에 고창 선운사에 들렀다. 여름길에서 만난 녹음 속에서 동백도 제 자리를 찾아 숲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동백숲에서는 동박새가 새끼를 데리고 동박새 노래를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는 경내를 한 바퀴 돌고 물소리 들으며 도솔암까지 올라갔다가 물소리 따라 내려왔다. 여염집 마루처럼 친근하고 인정스러운 만세전 마룻바닥에 시원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땀을 거두었다. 우리는 다시 동승하여 한 마장 정도의 미당시문학관으로 갔다.

미당시문학관은 적요했다. 나이가 지긋한 안내인은 나를 알아보았다. 그분을 따라 통영 문인들이 전시실을 돌며 해설을 듣는 동안 나는 혼자 문학관 맨 윗 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찾지 않는 곳이지만 미당시문학관에 오면 나는 여기로 올라왔다. 우선 소요산 너머로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을 쐴 수 있고, 선운리 전경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어 좋았다.

바로 눈 아래로는 미당의 생가가 있고, 거기서 잠깐 눈을 들어 보면 저만치 미당의 무덤이 있다. 그 왼쪽 멀지 않은 곳에 미당이 닮았다는 숱 많은 머리털과 큰 눈을 가진 외할아버지의 집터가 있다. 미당의 태어남과 죽음이 부르면 달려올 만한 곳에 있었다.

뒤돌아보니 지금도 소쩍새가 우는 소요산과 소요산 넘어가는 질마재가 그림처럼 다가서고 있었다. 미당 시의 신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미당의 태어남과 죽음이, 시와 삶이 손바닥 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또 하나의 설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속에 미당시문학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말 많은 세월의 이야기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서있는 발아래, 문인들이 관람하고 있는 전시실에는 미당 생애의 빛과 그림자였던 국화옆에서의 시와 친일시가 낮과 밤을 같이 하고 있다. 그 분은 가셨지만, 짙은 그림자는 남아 빛을 덮어 누르고 있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는데 오히려 빛은 희미해지고 그림자는 더욱 짙어져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사람들은 왜 빛보다 그림자 아래로 모여 드는가? 아픔 같은 것이, 한숨 같은 것이 소요산 넘어가는 구름처럼 한 번 가고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마음만 먹으면 바람은 언제든지 구름을 몰고 소요산을 찾아올 것 같다

통영에 가면 여러 곳에서 김춘수, 유치환 등의 시비를 볼 수 있다. 그 시비가 통영을 아름다운 시인의 고장으로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통영의 자연 뿐만 아니라 시의 정서로 마음을 치유하고 온다. 그런데 우리 고장 고창 읍내에 가면 미당의 시비를 볼 수 있는가? 미당시문학관을 찾은 통영 분들에게 어두워지는 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옥상에 서 있다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그분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미당시문학관까지 내 안내는 끝났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졌다. 그분들은 남도로 내려간다 한다. 그분들이 떠난 뒤 미당이 걸었을 옛 초등학교 운동장을 나도 걸었다.

미당시문학관에도 동백나무가 있었다. 거기 동백나무에서도 동박새가 새끼를 데리고 동박새 노래를 가르치고 있었다. 제 새끼에게 제 노래를 불러주는 동박새가 미당시문학관 뜰에도 살고 있었다.

△ 정군수 관장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전북시인협회장, 전북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하고 신아문예대학 문창과 교수, 혼불선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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