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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다시 '김영란법'을 생각한다'3-5-10' 수열 적용 순서 경조-식사-선물로 바꿔 서민들 경제부담 줄여야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7.17  / 최종수정 : 2017.07.17  21:16:46
   
▲ 홍용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지난 달 농식품부장관 후보자 청문과정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되었다. 18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발효된 그 유명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말이다.

식사, 선물, 경조사 한도를 각기 ‘3-5-10만원’으로 제한한 이법의 파장은 가히 핵폭탄 급이다. 적용대상이 공직자와 교직원, 언론인 등 250만 명가량인데, 이들 가족과 상대방까지 합하면 거의 전 국민이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자영업자들이다. 일식, 한정식 등을 메뉴로 하는 고급식당들이 속속 문 닫고 있다. 소고기나 고가 과일, 화환 등의 선물은 5만원으론 구색 맞추기 어려워 관련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여러 차례 한도 완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국민권익위의 철벽을 넘진 못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도처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김영란법 자체는 적폐 척결을 위한 역사적 결단으로서 크게 반길 일이다. 이 법의 존재는 우리 행정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통상진흥원만 하더라도 두 차례 명절 때 여기저기 보내던 선물을 모두 없애고 해당 재원은 사회봉사나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쓰고 있다. 유관기관 임직원과 밥 먹는 일이 현저히 줄었고 축하난도 거의 안 보낸다. 덕분에 업무추진비 용처가 많이 줄었으니 반가운 일이긴 하나,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으로서 이들이 받을 타격에 대한 우려와 미안함을 떨칠 길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법의 근본정신을 해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내용을 조금 손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식사와 선물가액 한도를 올린다면 소상공인과 농어민들의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행 제도가 주는 이익과 기준 완화시의 이익을 비교 형량해서 경제여건과 민도에 맞게 잣대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솔직히 진짜로 아픈 곳은 경조비다. 현행 10만원 한도는 과하다. 특히 월급쟁이에게는. 매월 예고 없이 통지되는 청첩, 부고는 유리지갑을 지닌 봉급생활자에게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그런 마당에 법적 한도 10만원이 곧 성의의 평가척도로 작동하고 있으니 3~5만원을 내는 사람의 심정은 영 불안하고 찝찝할 것이다. 주고도 욕먹을까 두려우니까.

하물며 지위와 재력의 과시 무대가 돼버린 경조사의 양극화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사회문제다. 평생 세금처럼 납부해온 경조비를 일거에 만회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 가족끼리의 작은 결혼식과 장례가 곧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그래서 필자는, 예전에 어떤 기자가 주장했지만 그다지 큰 사회적 관심을 끌진 못했던, 경조비 3만 원에 찬성표를 던진다. 조금 더 쓰라면 5까지는 수용하겠다. 그러나 10은 정말 아니다. 이 법이 주로 갑을 관계에 있는 사람 간에 적용되기에 더 그렇다. 그것이 중소상공인을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직장인들의 부담과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첩경이다.

그리하여 3-5-10의 수열은 놔두되, 그 적용순서를 경조-식사-선물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풍양속이라는 미명으로 10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한, 경조사는 서민들에게 아름답지도 선량하지도 않은 경제폭력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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