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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학교 만나니 사람농사 풍년 들겠네2박3일 농촌유학 진행하며 학교 변화 이끌어 / 마을교육공동체포럼과 다양한 난제에 도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7.18  / 최종수정 : 2017.07.18  21:00:29
   
▲ 온몸교육협동조합이 아산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을학교프로그램 중 밭놀이. 사진 제공=온몸교육협동조합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는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 그 지당하신 말씀을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이제는 마을과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울 화두가 되었다. ‘마을이 키우는 아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제라도 다시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전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런데 화려한 부활 이면에 되짚어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다. 키워야 할 아이가 많이 줄었다는 것, 마을도 예전 그 활력에 찬 마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을도, 아이도 예전 같지 않은데, ‘마을이 키우는 아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성립할까? 그 공식의 조건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시도들이 지역에서 조심스레 움트고 있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을과 아이, 학교가 연대하는 작은 흐름을 읽어본다.

△마을학교 풍경 하나, 온몸교육협동조합

온몸교육협동조합 정유선 대표는 가족과 함께 2008년 아산초등학교가 있는 영모정마을에 귀농한다. 둘이었던 아이는 지금 넷으로 늘었고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막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대학을 빼고 우리나라 학제 전반에 아이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학교가 있는 마을에 스미어 살게 된 정 대표에게 고민이 일었다. 수업을 시작하는 종소리, 끝나는 종소리가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시간표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수업이 진행되기 일쑤였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 폐교를 앞둔 학교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학교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 학교가 있는 마을에 살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를 간섭하며 살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폐교를 막기 위해 운영위원이 되어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에 문제제기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치고 말았다. 귀농해 사는 자연스런 삶과는 사뭇 다른 생활, 정 대표 가족은 이사를 결심하고 다른 지역에 집까지 계약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결정을 되물린다. 다른 사회운동보다 학교 교육운동은 학부모가 참여하면 할수록 변화가 있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한 것이다.

“작지만 느끼고 함께 공유한 대로, 변화하면 할수록 그만큼 참여한 사람들의 보람도 크거든요.”

△농촌유학에서 마을학교까지, 고군(孤軍)에 분투(奮鬪)

   
▲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절기살이 프로그램인 모내기.

결정을 되돌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 그 생각의 힘이 더 컸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농촌유학프로그램이다. ‘마을에 아이들이 늘어나면 학교도 활기를 찾고 변화의 기운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마을에 사는 학부모들을 설득해 함께 진행했다. 연줄에 연줄을 대어 불러 모은 도시 어린이들과 시작한 첫 농촌유학프로그램, 그러나 결과는 실패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몹시 까다로운 투정에, 참여해 홈스테이를 제공한 마을 학부모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것이다. “그 애들 짜증이며 시중들기 더 이상 못하겠다.”

어린 시절 장기간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며 여름과 겨울 2박3일 단기농촌유학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그것이 2012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며 마을자원과 도시 어린이들의 요구를 담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는 고창교육지원청(교육장 김국재)과 함께 아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을학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문화 바꾸는 마을학교의 저력

저학년은 생태놀이를 중심으로 하고, 고학년들은 절기살이로 진행한다. 절기살이는 처음엔 단순한 농사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학교의 요구도 농사라면 씨뿌리고 거두는 일, 모내고 거두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기획단계에서 온전히 농사 자체를 체험하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절기교육이다. 모를 내고 거두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모판에 모를 내는 일부터 도정해서 쌀을 손에 쥐고 밥하고 떡 하는 일까지 통째로 농사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학교와 학교 안 아이들만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훈수 두듯 함께 참여해준 마을 어르신들의 변화도 컸다. 일에도 관여하고, 참을 먹는 때도 모셔서 함께 했다.

수확시기에는 홀테를 가져와 벼를 당겨 나락을 훑는 일을 직접 시범보이는 일이며, 원통형으로 된 호롱기를 발로 굴려 돌리면서 탈곡하는 좀 더 난이도가 높고 위험한 방법도 익숙한 손길로 척척 시범조교가 되어 주었다.

습관처럼 평생 몸에 익은 몸짓으로 지금은 구경도 어려운 농기구들을 다루는 품을 본 아이들이 먼저 달라졌다. 우리 할아버지야, 어깨를 으쓱거리는 녀석들부터다. 마을 어르신들의 문화라는 것이 대개는 절기에 맞게 이뤄진 것인데, 아직 유효한 절기가 몇이나 될까? 학교와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한 절기놀이를 통해 마을어르신들의 문화도 옛 힘을 되찾게 되었다.

여름방학을 앞둔 온몸교육협동조합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방과후마을학교를 수탁하는 문제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하는 고민에 더해, 마을과 학부모에게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초등과정과는 달리 여전히 마을과 학부모의 생각이 전해지기 어려운 중등과정의 구조를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온몸협동조합의 난제를 함께 풀어가는 주체가 고창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의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고창마을교육공동체포럼

올 초 충남 홍동과 화성, 의정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을학교사례를 답사하고 난 뒤 자연스럽게 모인 마을교육공동체와 올해 고창교육지원청과 함께 마을학교, 토요마을학교를 운영하는 18개 마을학교가 함께 꾸리는 ‘고창마을교육공동체포럼’이다. 3월부터 함께 모임을 시작해, 매달 공동체 공간을 돌아가면서 해당 교육공동체가 걸어온 자취부터 고민거리, 진로에 대해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마을학교 지도를 공동제작하기도 하고, 마을학교끼리 서로의 빛깔을 다른 마을학교 어린이 친구들에게 선을 보이고 되받는 ‘마을학교품앗이’도 기획하고 있다. 오는 8월 모임으로 이웃 완주군 고산의 풀뿌리교육지원센터와 영광군 여민동락을 차례로 방문하는 마을교육공간투어 2탄도 계획하고 있다.

포럼은 마을학교 마을교육의 한쪽 주체인 학부모 주민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분기에 한번꼴로 마을교육을 학교교과로 활용하려 고민하는 교사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한다. 이른바 소집강 형태다. 학교, 지역, 교육청이 지역교육을 의제로 고민하고 토론하는 작은 모임을 여러 차례 거쳐, 마침내 연말 고창교육대론회로 수렴하는 구조다. 여기에는 참가를 원하는 지역의 초중등학생도 모두 참여해 지역의 교육문제에 해단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포럼은 이제 학교사회적협동조합을 모색하는 단계다.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조합원이 되어 학교가 추구하는 공익을 확보하는 길로서 협동조합이다. 포럼에 속한 교육공동체들에게 새로운 공부가 시작되었다. 1인1표의 민주적 운영, 자본주의 4.0으로 불리는 대안적 기업 모델, 5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 가능. 이런 기본 원칙부터 차례로 배워가고 있다. 학교를 둘러싼 작은 모임, 그러니 배움이 빠질 수 없다. 학교를 둘러싼 지역 모두가 이로운 방식으로 교육의 역할을 확장하는 일이, 지역에서 한발 벌써 조용한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 이대건 책마을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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