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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알쓸신잡'
전주, '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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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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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에 대해 안다는건 / 그 곳 역사·문화·맛집 넘어 / 금지구역까지 터득하는 것
▲ 신귀백 영화평론가

주말을 앞두고 날아온 “<내 사랑> 보세요.”, “알쓸신잡 꼭 봐.” 하는, 카톡 메시지 두 통. 이런 메시지를 못 받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불금에 서울에서 온 후배 영화감독과 함께 <덩케르크>를 보았다. 전쟁의 비참함과 인간의 숭고함을 전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마음이 차올라 휴가를 다녀온 셈 쳤다. 강추다.

“나, 텔레비전 안 봐.” 이렇게 말하면 좀 있어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내게 톡을 보낸 친구는 독서광, 여행광, 술광에 인간광 아닌가. 저리 바쁜 잡학사전이 언제 텔레비전까지 챙겨보는 거지? 하는 경의로 휴일 작업실에서 유튜브로 챙겨보았다.

나영석 피디 작품 중 <삼시 세끼> 만재도 편을 고맙게 본 적이 있다. 차승원과 유해진 등이 낚시하고 음식 만들기로 띵까띵까하면서 편안하게 노니는 장면들이 고맙게 다가왔다. 세월호의 여파로 바닷길과 섬 생활이 기피대상이던 때에, 백성들에게 위무로 다가서는 모습에 마음 속 경의를 강의 때마다 설파한 기억이 있다.

나피디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귀여운 예능이었다. 특정한 맛집이나 식탐 우선이 아니기에 볼만했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컨셉도 좋았다. 슬로시티 전주의 매력을 위해 드론을 띠우고 아재들의 쓰잘데기 없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한옥마을보다는 남부시장 청년몰이라는 구체적 공간과 한지체험도 마음이 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표방한 ‘표현의 해방구’라는 지점과 전주사고(全州史庫)를 통한 기록보존의 위대함을 ‘백업’이라 표현한 소설가 김영하의 설명은 간결했다. 태조 어진에서 전동성당에 이르는 전통과 근대 그리고 탈근대가 내면화된 도시 전주를 표현함에 네 명의 잡학박사들 모두 사랑스러웠다.

“전주 먹을 게 많아.” 전주는 베트남 쌀국수와 이탈리아 음식도 맛있다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은 삼천동 막걸리골목 어드매였다(안다!). 어디 만화카페의 라면만 맛있겠는가? 당구치면서 먹는 짜장면도 먹을 만한 곳이 전주다. 국밥을 김에 싸먹는 것에 신기해하며 오징어가 들어간 콩나물국에다 밥을 덜컥 투척하는 ‘지식소매상’ 유작가는 좀 촌스러웠다. 그래도 전주음식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는데 어찌 귀엽지 않겠는가.

과거 TV토론에서 눈에서 레이저를 뿜던 유작가는 “전주에 갔다고 해서 전주를 아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드러운 배틀랩을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 도시를 안다는 것은 도시의 역사와 사회 문화는 물론 길과 골목, 맛집을 넘어 진입금지와 좌회전금지까지를 터득해야 제대로 아는 것이다. 잠깐 받쳐도 좋을 불법주정차 그리고 가까운 공용화장실까지 알지 않고서는 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음식 이야기를 품격 있게 전하는 황교익의 사회학적 해석은 용 그림의 눈이었다. “전주는 전주만이 아니다. 전북권의 산물들이 다 모이는 곳이 전주다. 전주 음식은 김제 부안 진안 등 여러 곳의 식재료가 합쳐진 음식문화”라는 지적 말이다. 보강 썰을 풀자면, 만경의 윤기나는 쌀과 부안의 싱싱한 해물 그리고 무진장의 산나물, 임실의 간장, 순창의 고추장이 합쳐져야 전주 음식 한 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친구가 한옥마을 여행객이 좀 주춤하다고 했는데, 다행이다. <알쓸신잡>으로 전주가 다시 북적이게 생겼다. 아 참! 내일은 <내 사랑>을 보러 가야겠다. 두 번째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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