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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바다, 독서의 황홀
책의 바다, 독서의 황홀
  • 기고
  • 승인 2017.08.08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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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빠질 수 있는 중독 중에 가장 안전하게 유지 가능한 건 책 읽는 독서의 쾌락일 것이다
▲ 이재규 작가

올 여름이 하도 뜨겁다 보니까 책 한 권 붙들고 있기도 힘들다. 육체의 온도가 올라가면 정신은 혼미해져 우선 열기를 식히는 쪽으로 자원을 배당하기 마련이다. 출판계에서도 한여름에는 신간을 내는 것을 망설인다. 감각적인 자극이 넘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붙들고 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때쯤에야 책들의 귀환이 시작된다. 전주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가을의 입구인 9월 1일부터 3일까지 자리를 잡았다.

여느 도서전이 아니라 독서대전이다. 공급자인 출판사들이 주도하는 책잔치가 아니고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방점이 놓이는 축제이다. 하여 이번 전주 독서대전은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의 강연과 대화 프로그램(www.jjkorea2017.kr)이 배치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고은 시인을 비롯해 황석영 김용택 안도현 김탁환 문태준 등 여러 작가들이 독자들과 만난다. 신화와 사회학, 인류학, 자연과학의 저자/번역자들과 오래 베스트셀러에 오른 ‘마음이 지옥일 때’의 저자이자 사회적 상처들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활동에 적극성을 보여온 정혜신, 이명수 선생의 강연, 페미니즘과 책에 관한 섹션인 ‘여성주체의 기억과 글쓰기’를 김서령 작가가 여성작가들과 북토크로 진행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맥락을 정확히 짚어주는 강원국의 글쓰기 코칭을 필두로 전북의 여러 작가가 그룹으로 나서는 장르별 글쓰기 수업이 이어진다. 청소년 대상의 맞춤 독서/글쓰기 지도 프로그램도 있다. 책의 도시 전주의 내공을 증명이라도 하듯 역대 최대의 물량공세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물론 최근 출판 경향을 보여주는 신간과 독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별 책들을 묶어서 보여주는 북 큐레이션 부스가 경기전 내에서 문을 연다. 지역출판의 역사와 작가와 명사들이 권하는 책들을 엮어놓은 특별전시도 눈에 띈다.

이번 독서대전 포스터는 펼쳐진 책에서 퍼져 나오는 수상한 기운을 이미지로 잡았다.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의 대면이 불러 일으키는 마법을 잘 표현했다.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이기도 하고, 잊었던 악몽을 깨우며 휘몰아쳐오는 깊은 밤 비바람이었다가 스산한 내 인생에 한 줄기 말의 빛을 던지며 더없이 다정한 연인이 되기도 한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장일순)가 있다면, 한 줄 문장에도 정글이 있고 희망과 절망이 한몸처럼 서로를 기대고 있다. 오로지 읽는 자에 따라서 수없이 다른 문이 열리고 닫힌다.

한 작가에 빠져 전작주의로 그의 모든 책을 남김없이 찾아 읽으며 깊이 파들어가는 독서는 참으로 행복한 몰입,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 중의 하나이다. 여러 장르와 다양한 작가를 섭렵하는 즐거움은 또 어떤가. 한 책이 다른 책을 불러내 끝없는 책이 쌓이며 넓게 문리가 트이기도 하면서 책을 오래 읽는 자에게는 저절로 지도 같은 것, 저마다의 독서법과 항로가 생긴다. 일생에 빠질 수 있는 중독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중독이 있다면 책을 읽는 독서의 쾌락일 것이다.

전주는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갖고 있는 완판본의 도시이자 수백 년을 이어온 기억과 쓰기의 상징이라 할 ‘전주 사고’의 고장, 한국문학을 이끌어 온 숱한 거장과 현역 작가들의 문장이 살아 있는 곳이다. 문향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문화도시 전주에서 벌어지는 독자축제에 인생의 진정한 쾌락을 아는 많은 분들이 걸음 하시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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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8-08 18:55:35
뉴턴, 아인슈타인, 호킹의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대한민국의 과학자들 중에서 아무도 반론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