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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 강인철 전 광주청장
택시운전사 & 강인철 전 광주청장
  • 위병기
  • 승인 2017.08.0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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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뜨는 영화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다. 1980년 광주의 영상 기록을 남긴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택시운전사(송강호)가 우연히 외국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행운(?)을 잡게 되는데 상상치 못했던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데서 제목을 잡은듯하다.

‘택시운전사’처럼 인생에서 생각지도 않던 사소한 일이 얼마나 운명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지난해말 촛불집회때 광주경찰청장을 맡았던 전북 출신 강인철(57) 치안감의 운명적인 삶이 눈길을 끈다.

7일 웬만한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에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경찰청장이 주요 검색어 상위에 올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은 지난해 11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촛불집회로 전국이 시끄러울때 광주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에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는 교통통제에 잘 따라달라는 호소였다. 한 직원이 게시물 끝부분에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한것이 화근이었다. 페이스북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자 이를보고 이철성 경찰청장이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호되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박 대통령이 탄핵될지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경찰 수뇌부는 당시 정권의 눈치를 살폈고, 이런 차원에서 일개 지방청에서 광주를 민주화 성지 운운한 것이 크게 거슬렸다는 것이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심한 질책을 받은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은 간부들과 의논해 이를 삭제했는데, 며칠후 광주 한 일간지에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게시물이 하룻만에 돌연 삭제된 배경에 이철성 경찰청장의 ‘삭제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당시 경찰 수뇌부가 강인철 광주청장을 어떻게 봤을지는 불문가지다. 이후 불과 며칠만에 강인철 광주청장은 경기남부청 1차장으로 좌천돼버렸다. 경찰청 안팎에서는 이철성 청장에게 단단히 괘씸죄가 박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을 입증시키듯 강 청장은 다시 한달여만에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5주동안 감찰까지 받았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일부 도민들은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전북출신 치안정감이 탄생하는게 아니냐고 기대했으나 그는 승진은커녕, 사표까지 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유임돼 버렸기 때문이다. 7일 이러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이철성 청장 사퇴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급기야 이철성, 강인철은 주요 검색어가 됐다.

지난주 안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말을 아끼면서도 한숨을 내쉬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강인철 전 광주청장의 한마디가 지금도 귓전을 울린다.

“잘못한 사람이 꾸중을 듣는게 아니고, 힘없는 사람이 혼나면 안되잖아요”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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