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4-25 20:40 (목)
'망건 쓰자 파장'
'망건 쓰자 파장'
  • 김원용
  • 승인 2017.08.09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완주 전 도시사가 재임 시절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있었다. ‘망건 쓰다 파장 날라’는 속담이었다. 망건을 쓰는 데 시간을 허비해서 정작 시장이 파해버린 상황, 즉 적절한 때를 놓쳐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을 비유한 말이다. 지지부진한 사업을 두고 화를 내면서 툭 던지는 지사의 이 말에 간부 공무원들은 잔뜩 움츠렸다.

이런 채근이 공무원들에게 달가울 리 만무하다. 김 전 지사의 일 욕심은 유난스러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에다가 완벽한 기획안을 내놓지 않으면 박살을 냈다. 전체 청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한 간부 공무원도 수두룩하다. 맘에 들지 않는 공무원을 지칭할 때 직함 대신 ‘귀하’로 부른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지사의 ‘망건’에 대응해 오죽하면 “아침에 묘쓰고 저녁에 발복을 바란다”는 비아냥거림이 뒷담화로 나왔을까.

김 전 지사의 이런 업무 스타일을 놓고 잘잘못의 잣대를 댈 수는 없다. 적어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던 점은 지도자로서 덕목이라고 할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LH본사 유치를 위한 삭발 사건이다. 김 전 지사는 2011년 LH이전지 결정을 앞두고 삭발까지 감행하며 머리를 내놓을망정 LH를 내놓지 않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김 전 지사의 전임이었던 강현욱 전 지사도 삼보일배 등으로 새만금사업 중단 요구가 거셌을 때 삭발로 전북도민과 정치권을 결집시켰다. 전직 두 도백이 연이어 삭발 투쟁에 나섰다는 게 힘없는 전북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어쨌든 두 도백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그 중심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도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현재 전북의 최대 현안이라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정상화다. 조선소 폐쇄가 거론된 것이 10개월 전이다. 도의회는 물론, 전주시의회까지 나서 군산조선소 존치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송하진 도지사는 군산조선소 문제에 초연하다고 할 정도로 발을 담그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실제 가동 중단이 이뤄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헛말이 됐음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담화문 하나 없다. 도청 앞에 도정을 자랑하는, 그렇게 많이 나부끼는 플래카드에도 군산조선소는 끼지 못하고 있다.

삭발이나 투쟁이 능사라고는 보지 않는다. 정부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삭발투쟁을 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사나울 수는 있다. 그러나 도지사가 가만히 앉아 있을 상황은 아니다. 공사석에서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을 자주 말하는 송 지사가 왜 조선소 문제의 한복판으로 들어가지 않는지 궁금하다. ‘망건 쓰자 파장’일지 걱정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