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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점에 대하여
작은 서점에 대하여
  • 김재호
  • 승인 2017.08.09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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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축되는 지역서점 / 도서문화 확산 정책 발굴 등 / 지자체 적극적인 노력 필요
▲ 수석 논설위원

지난 달 대만의 유명 서점인 청핀(誠品)서점 창업자인 우칭요우(吳淸友)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대만인들 사이에 우 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그가 서점을 인문학 공간으로 조성했고, 이에 대중들이 서점을 편안하게 찾았다. 사람들이 서점 주변에 모이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고, 지역에 활기가 돌았다. 서점을 대중 속에 우뚝 세운 우회장의 인문학 경영을 주목한 시사주간지 타임이 청핀서점을 아시아 최고의 서점으로 선정한 것만 봐도 우회장의 서점 운영은 성공적이었다. 우회장은 생전에 “돈이 없으면 청핀서점이 살아갈 수 없지만, 문화가 없다면 나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는데, 그의 인문학 사랑이 엿보인다.

책과 신문의 위기는 세계적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매년 진행되는 책 페스티벌인 ‘북쿠오카’도 작은서점, 책 문화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출발했다. 도서유통 시스템의 붕괴, 작은 동네 서점이 대형서점에 밀리고, 대형서점은 인터넷 서점에 밀리는 현실을 극복해 보겠다는 움직임이다. 올해 북쿠오카 행사에서 주목한 것은 ‘작은 서점’이었다. 지역의 작은 서점들이 활성화 돼야 책이 제대로 주목받고, 진짜 베스트셀러가 나온다. 책문화의 실핏줄이 바로 동네 서점이라고 본 것이다. 우칭요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출판사가 작은 동네책방에 소량의 책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기대한다.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판촉비용의 대부분을 시장점유율 8%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서점들에 할당하는 식 말이다. 출판업계와 지역사회의 관심,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동네 서점의 위기는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면서 심해졌다. 지난 20년 사이에 동네서점은 거의 사라졌다. 학교 정문 앞 상가에서 서점은 거의 사라졌을 정도다. 서점이 있다고 해도 참고서와 문구류가 대부분이니, 서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대형서점도 마찬가지다. 전주 홍지서림과 민중서관, 호남문고, 문화서적, 그리고 군산 한길문고 등 몇몇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전주 중심가인 경원동 관통로사거리에 위치했던 민중서관이 문을 닫은 2011년만 해도 128곳에 달했던 전주지역 서점은 현재 50개 정도에 불과하다. 전북 전체 서점수는 121곳으로 2005년에 185곳에 비해 무려 34.6%나 감소했다. 디지털 문화, 온라인서점 등 영향으로 지역서점 운영이 타격을 받았고, 도서정가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분위기 등 복합적 요인이 지역 서점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전북도의회가 ‘전북도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점이 단지 도서 유통 공간에 그치지 않고 지역문화의 시발점이자 중심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디지털 문화가 확산하면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지역서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북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는 도지사가 독서문화 진흥을 통한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적극 발굴해 추진하고, 도서관 등이 책을 구매할 때 지역서점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토록 했다. 도지사가 인문학 강좌, 작가와의 만남 등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지역서점과 협력하도록 했다.

전주시 등 일부가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 때 입찰참가자격을 지역서점으로 제한, 지역서점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도의회 조례제정으로 지자체들의 실질적 관심과 노력이 한층 중요해졌다.

책과 신문은 종이에 활자와 그림, 사진 등을 인쇄한 상품이다. 뭇 상품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분명 보통 물건은 아니다. 사람이 역사시대 이전부터 살아오면서 축적해 온 지식과 지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제아무리 멋진 기획과 빼어난 디자인, 기술로 출판했다고 해도 책 유통의 실핏줄인 서점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서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사람 냄새, 그 문화 자산이 위협받는다. 타임이 청핀서점을 주목한 이유, 대만 사람들이 우칭요우 회장을 추모하는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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