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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평가단 첫 시도…시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돈·계파가 좌우하는 대회 뛰어난 인재들 좌절·환멸 '국악계 망치는 근본 원인' / 심사위원 선정위 구성해 공정성·투명성 확보 노력
문민주 기자  |  moonming@jjan.kr / 등록일 : 2017.08.13  / 최종수정 : 2017.08.13  21:57:16
   
▲ 지난 9일 김명곤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조직위원장이 전주 르윈호텔에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운영 방향과 국악 활성화 대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심사 비리, 이사진 간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구원 투수로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나섰다.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는 자리다. 그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그래서 그 역시 처음 지인을 통해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거절했다. ‘시끄럽고 힘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김승수 전주시장이 직원 8명과 함께 재차 찾아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의지’를 밝혔다. 그는 수락 결정을 내렸다. 그 개혁 의지는 원활히 ‘실행’되고 있을까. 지난 9일 김명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조직위원장을 만나 올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9월 8일∼11일)의 운영 방향과 국악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일하시는데, 심경이 복잡하실 듯합니다.

“이번 1년 만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제도 ‘틀’을 만들어 놓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간 쌓인 적폐를 1년 안에 완전히 청산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선된 심사제도를 토대로 국악계를 정화하는 개혁적인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그간의 심사 비리와 이사진 갈등 등에 대해 알고 계셨는지요.

“간혹 드러나는 사건만 접했을 뿐, 속사정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평소 창작 판소리를 연출할 때 젊은 국악인과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전통 예술 경연대회의 문제점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돈 없으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계보나 파벌이 심해 실력이 있어도 안 된다’는 말을 합니다. 실력 있는 국악 인재들이 좌절과 환멸을 느끼고 포기합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경연대회 상금 등 돈과 비리로 얽힌 혼탁한 관계가 되는 겁니다. 관행처럼 굳어져 당사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국악계를 망가뜨리고 황폐화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입니까.

“국악 경연대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청중평가단 제도입니다. 올해는 판소리 명창부에 한해 시행하지만, 좋은 효과가 난다면 모든 분야로 확대해 청중평가단의 규모와 비율을 늘려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청중평가단은 단순히 일반인이 참가한다는 것보다 이들이 국악 핵심 마니아로 성장한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높아집니다. 청중평가단을 판소리뿐만 아니라 무용, 풍물, 민요 등으로 확대하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열광하는 마니아 1000명이 확보되는 겁니다.”

- 청중평가단 이외에 심사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다른 장치는 무엇이 있습니까.

“심사위원 선정에 관한 문제입니다. 심사위원을 임의로 선정하면 문제 발생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번잡하더라도 심사위원 선정 방식부터 심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로 심사위원 후보자 5배수 이상을 확보합니다. 또 덕망 있는 지도자급으로 심사위원 선정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이들이 심사위원 후보자 리스트를 가지고 3배수 이상으로 순위를 매기도록 합니다. 조직위원회 사무국에서 이 순위대로 연락을 돌려 심사위원을 선정하게 됩니다. ‘누가 심사위원이 될지 누구도 모르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또 하루에 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4종목(판소리 일반부·시조·명고수부·어린이 판소리)을 제외하고 예선과 본선 심사위원을 분리·운영합니다.”

- 말씀을 들을수록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척이나 슬픕니다. 심사위원장을 모시면 그분에게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합의 하에 수상자를 선정해달라고 전적으로 맡기고 싶습니다. 실제로 서양 콩쿠르는 그렇게 합니다. 그분들은 뒷돈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자기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청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심사 결과들이 나옵니다. 그러면 뒷소문, 악소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심사위원 평가와 청중평가단 평가가 일치되는 단계가 오면 그때는 청중평가단이 심사가 아닌 진짜 ‘청중’으로만 와도 될 겁니다.”

- 현장에서 느낀 애로 사항은 무엇입니까.

“경연대회 자체의 질을 높이고, 경연대회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청중평가단을 확대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것도 예산입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을 보면 현재는 경연보다 상금 위주입니다. 경연대회는 수상의 명예와 권위 위주로 가야 합니다. 지금은 상금 규모, 대통령상 여부에 지나치게 치중합니다. 오히려 상금으로 대중들이 즐기는 경연대회 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인을 뽑는 상 이름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 정치인의 계급으로 나누는 것도 한번 쯤 재고해 봐야 할 사안입니다.”

- 이 모든 변화가 궁극적으로는 판소리 활성화로 이어져야 할 텐데요.

“소수 마니아를 점차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공연해야 합니다. 절이나 고택 등에서 진행하는 국악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국악 동호회를 그룹화해야 합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국악 팬을 자청해 이러한 일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 전북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명인, 명창을 뽑는 축제입니다. ‘내가 뽑겠다’라는 마음으로 방문해주길 바랍니다. 전북은 전통문화예술의 본고장입니다. 시민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곤 위원장은
기자·배우·작가·연출가… 문화 현장 만능 엔터테이너

김명곤(65)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조직위원장은 잡지사 기자와 배우, 극작가, 극단 대표, 연출가, 행정가 등 문화 현장에서 활동한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공연 예술계 중진이다. 그는 이 시대 진정한 ‘광대’(廣大)를 꿈꾼다. 넓을 광(廣), 큰 대(大). 넓고 큰 영혼을 가지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창조자’ 말이다.

그는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잡지 ‘뿌리깊은 나무’ 기자로 입사하면서 문화예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배화여고 독어교사, 극단 아리랑 창단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의장, 우석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천년전주사랑 이사장, 문화관광부 장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양대 예술대학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으로 있다.

1978년 연극 ‘아벨만 이야기’로 연극계에 데뷔해 ‘뻐꾹 뻐 뻐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아리랑’, ‘격정만리’, ‘유랑의 노래’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희곡을 쓰고 연출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또 1983년 영화 ‘바보 선언’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서편제’, ‘태백산맥’, ‘영원한 제국’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그를 대중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다. 극 중 오정해의 아버지로 등장해 빼어난 판소리 솜씨와 선굵은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고(故) 박초월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저서로는 <광대 열전>, <꿈꾸는 퉁소리쟁이>, <어떻게 하면 똑똑한 제자 한 놈 두고 죽을꼬?> 등이 있다. 1993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1995년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1995년 제1회 현대연극상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배화여고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사제 관계로 만난 부인 정선옥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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