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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오베'
우리 동네 '오베'
  • 기고
  • 승인 2017.08.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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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대로 안되는 세상과 공존하려면 규정에서 벗어나야
▲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오베(Ove)’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201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한동안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베 신드롬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롤프 라스가드’의 연기도 좋았지만 알만한 캐릭터여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영화는 59세 된 오베가 상처하고, 직장에서도 잘리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을을 순찰하며 전날과 다른 점을 체크한다. 마을로 진입하는 차가 있으면 무조건 가로막는다. 통행금지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지정장소 아닌 곳에 받쳐둔 자전거가 있으면 불끈 들어 창고에 집어넣는다. 아내가 잠들어있는 공동묘지에 가기 전에 꽃집에 들른다. 차례를 지키지 않는 고객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아무 데나 오줌 누는 개와 주인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다시 개를 방치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노망난 놈팡이라며 쑥덕거린다. 작가마저도 ‘오베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본 유일한 색깔은 아내 ‘쏘냐’ 뿐일 것이다.

우리 아파트에 오베를 닮은 분이 있다. 어느 날 상가 앞에서 40세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와 다투는 것을 보았다. 이 청년 하는 말이 잠깐 노상주차 했는데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흥분한 젊은이는 따발총 쏘듯 불만을 쏟아냈다. “견인하시죠. 애완견 안고 가는 사람에게도 개 00라고 하셨다면서요?” 어르신은 “그래서, 그래서?”를 연발하고 있었다.

다툼 끝나고 돌아서며 젊은이가 하는 말은 꼰대 어쩌고였다. 정말로 신고했냐고 물었다. 대답 대신 하는 말인즉 “아파트 주차장에 갓길주차 하지 말라고 쇠기둥을 쭉 박아놨잖아요. 그 옆에 차를 가장 많이 대는 게 저자라니까.” 맞장구를 쳤다. “저런 사람 때문에 아파트 질서가 엉망이라니까요. 어떤 때는 금요일 밤 늦게 갓길에 주차해놓고 월요일 아침에야 빼는 사람도 있어요.” 어르신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곧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오베 생각이 나서 웃었다. 잘 타이르면 될 일을 왜 분노로 바꿔 표출하는가. 딴은 거리에서 난폭 운전자를 보며 조금 과하다 싶게 투덜대는 나이기도 하다. 자동차 유리창 꽉 닫고 하는 말이니 괜찮겠지……? 동승자는 이런 나를 ‘이베’라고 했다.

정의감이라고 해야 하나. 불편한 감정이 솟구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다. 표현이, 또 그 방법이 문제 아니겠는가.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말한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과 공존하기 위해서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고 최인호 작가는 <멋지게 나이들기>라는 글에서 노인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자기식의 편견이 굳어져서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신축성과 탄력성이 없어져 버리고 고집불통인 ‘비분 강개파’와 무기력한 ‘허탈파’ 그리고 ‘거인 노인’ 이렇게. ‘물오른 동상처럼 의연한 노인을 만나면 삶이 즐거우리라고 생각한다.’며 거인 노인이 되기를 권한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지적질 꼰대 마인드’라는 말이 나온다. 같이 사는 세상, 서로 감싸주고 사랑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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