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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자장면
짜장면과 자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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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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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밥값은 걱정 말고 각자 먹고 싶은 걸로 맘껏 시켜들….” 모처럼 한턱 쏘겠다면서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집에 도착한 사장님께서 그렇게 호기를 부리는가 싶더니 다들 메뉴판을 들여다볼 틈도 안 주고 한마디 덧붙인다. “난 짜장!”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하직원들,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속으로 이렇게 투덜거리겠지. “아∼놔!”

요즘 말로 일종의 ‘갑질’ 행태 중 하나를 빗댄 이야기일 터, 문제는 ‘자장면’이다. 짜장면의 본디 이름은 ‘작장면(炸醬麵)’이다. 중국식으로 소리 내면 ‘자지앙미엔’ 혹은 ‘짜지앙미엔’이다. 그걸 줄여서 부른 게 ‘자장면’하고 ‘짜장면’이다. 굳이 따지면 둘 다 우리말이 아니다. 하긴 그 넓은 중국 땅 어디를 가도 우리가 먹는 것과 똑같은 짜장면은 찾기 어렵다.

우리 식으로 개량해서 즐겨 먹어 왔고, 또 범국민적 사랑까지 받고 있으니 짜장면도 이제는 우리 음식이라고 할만하다. 이름도 마찬가지다. ‘자장면’이든 ‘짜장면’이든 한자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이미 우리말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한동안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해 왔다. 표준발음규정을 공정하게 적용하다 보니 그리되었다는 국립국어원 쪽의 설명이다.

오랫동안 탄압받았던 ‘짜장면’이 비로소 햇빛을 보기 시작한 게 2011년 8월부터다. ‘짜장면’도 ‘자장면’처럼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둘 다 표준어니 여태도 ‘자장면’을 고집하는 이들을 탓할 생각은 물론 없다. 그들은 혹시 ‘짜장면’이 품격 떨어지는 소리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어느 정치 집단처럼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모르고 있거나….

철가방 전문 동네 중국집일수록 ‘짜장면’을 적극 선호한다. 까닭은 하나다. ‘자장면’은 입맛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2017년 9월부터 자장면은 완전히 버리고 짜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의 서민들 절대다수에게 친근한 이름이니, 국립국어원에서 이참에 두 눈 딱 감고 그런 발표나 한번 해주었으면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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