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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형유산원 섬으로 둘 텐가
국립무형유산원 섬으로 둘 텐가
  • 김원용
  • 승인 2017.09.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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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외연 확장하면서 국가기관이라고 섬 만들면 전통문화수도 꿈도 헛될 것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전주한옥마을 앞에 놓인 국립무형유산원을 볼 때마다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의 번화가 만큼이나 사람들로 붐비는 한옥마을과 달리 국립무형유산원은 보통 땐 그저 한적하기만 하다. 겨우 다리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그리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유산원 부지만 6만㎡에 이르는 널따란 면적에 잘 가꿔진 경관만으로 전주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데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둥지를 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한국 무형문화를 집적하는 시설과 기능을 갖춘 국립 기관의 유치는 2000년대 초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에 힘을 모았던 당시 전주시에 큰 선물이었다. 도심 속 나무와 꽃으로 울창했던 전북산림환경연구원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도 아깝지 않게 여긴 것도 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6년도 기본계획수립에 들어갔던 무형유산원 건립 사업은 2010년에서야 착공에 들어갔고, 2013년에야 반쪽짜리로 문을 열었다.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1차 개원을 한 뒤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개원 행사를 치렀다. 국가기관이 이리 엉성하게 개원한 사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의 정수가 전주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그간의 허물은 뒷전으로 밀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개원 4년차의 지금은 어떤가. 무형유산원은 개원 이후 나름대로 많은 활동을 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는 늘 우리의 무형문화를 지켜온 인간문화재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됐다. 국가무형문화재 및 시·도 무형문화재들이 주말이면 실연 행사를 가졌다. 체험학습과 교육을 통해 무형문화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넓히는 작업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유산원은 시민들과 괴리된 채 애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무형문화재 자체가 대중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가 아니다. 대중성을 갖지 못한 까닭에 국가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도입한 게 무형문화재 지정 제도다. 무형유산원이라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이제 무형유산원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도 됐다고 본다.

한옥마을의 그 많은 인파가 왜 다리 하나를 건너지 못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에는 그나마 무형유산원이 모처럼 북새통을 이뤘다. 국립무형유산영상축제와 전주평생학습한마당이 열리면서다. 특정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본연의 역할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무형유산원이 어떤 곳인지 길잡이는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 이뤄지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올해로 4회째 치러진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그런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올해 처음 도입된 국제 경쟁 부문 작품 공모에 세계 각국에서 1048편이 출품돼 국내외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으로도 고무적이다. 일반의 접근이 어려운 무형문화가 영상을 통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무형유산원의 역할이다. 여기에 자치단체의 힘이 보태져야 한다. 이제 갓 출발한 유산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과연 전북도와 전주시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형유산원 유치와 조성 단계에서 그리 기대치를 높인 전북도와 전주시가 유산원과 연계한 사업이 있었는지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다. 유산원과 별도로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나 센터가 이전한 것인지조차 희미한 상황임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최근 한옥마을과 국립무형유산원을 연결하는 다리인 오목교가 개통했다. 두 공간의 물리적 벽은 넘어선 셈이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외연을 서학동예술촌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그 접점이 무형유산원이다.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로 무형유산원을 섬으로 두고 공간 확장만 꾀해서는 전통문화수도의 꿈도 헛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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