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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편지 쓰려고 한글 배웠지"전북 문해의 달 기념행사 / 글 깨친 어르신들 시화전
천경석 기자  |  1000ks@jjan.kr / 등록일 : 2017.09.12  / 최종수정 : 2017.09.12  22:33:08
   
▲ 전북 문해의 달 기념식 및 학예발표회가 열린 12일 전북도청에서 한 노인이 문해교육기관에서 배운 한글로 쓴 자신의 시를 보고 있다. 박형민 기자
 

“집 울 안에 오이 세 나무 / 비가 오지 않아서 / 아침 저녁 물주니 / 두 개 달려 보기 좋아요 / 나도 오이 같이 / 글이 늘었으면 얼마나 / 좋을까 생각해요 / 오이처럼 공을 들여서 공부 잘해서 / 시도 잘 쓰고 싶습니다.”

몇 해 전까지 글을 알지 못했던 라순녀(81) 할머니가 쓴 ‘시작’이라는 시 내용이다.

완주 진달래학교에서 글을 배웠다는 할머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늙어서 글을 배우는 엄마를 아들이 가장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배우지 못한 슬픔, 제 이름 석 자 쓰지 못하는 부끄러움. 문맹을 극복한 도내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2017 전북 문해(文解)의 달 기념식 및 학예발표회’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전북도청 주최로 열렸다.

이날 ‘엄마와 아들’이라는 시로 전라북도평생교육진흥원장 표창을 받은 사은조(74) 할머니는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 손에 표창장을 꼭 쥐고 가만히 쓰다듬는 모습에서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사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글을 배우지 못했다”며 잠시 눈물짓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라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글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3년여 전부터 군산시 늘푸른학교에서 운영하는 방문 학교를 통해 글을 배웠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편지 한 장, 쪽지 한 장 남기지 못했던 지난 세월이 아쉽다”며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목표”라고 털어놨다.

이 자리에는 학생(어르신)뿐 아니라 문해 교육을 맡은 선생님들도 참석했다.

군산시 늘푸른학교 박소은 선생님은 “글을 모르면 불편한 것이 가장 크지만, 자식이나 손자들에게서 소외감도 느낄 수 있다”며 “규칙적으로 학교에 나와 글을 배우고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도 더 건강하고 더 활동적으로 변하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라북도지사 표창을 비롯해 33명에 대한 시화전 시상식과 학예발표회가 진행됐으며, 학생들이 쓴 시화작품 66점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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