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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북 중견 미술인 3인의 결실
가을, 전북 중견 미술인 3인의 결실
  • 문민주
  • 승인 2017.09.22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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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개인전 '들꽃' / 유대수 목판화전 '화담' / 문재성 '자연회귀-순환' /

가을, 전북 미술인들도 결실을 본다. 중견 미술작가 3명이 개인전을 연다.

오랜 세월 풍화를 겪은 벽화나 화석에 새겨진 들꽃처럼 김선태 작가의 그림은 ‘느림의 미학’을 품고 모질게 피어난다. 꽃의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는 들꽃 그림. 투박하지만 강하고 푸근하다.

▲ 김선태의 ‘허니문 가든’.

김선태(57) 작가가 이달 27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전시실에서 제16회 개인전 ‘들꽃’을 선보인다.

프레스코 기법을 이용해 구현한 들꽃 작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그는 5년 전부터 들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바람을 견디고 피어나는 들꽃, 그 모진 생명력이 우리네 인생살이와 똑같았다. 평소 했던 유화 작업 대신 프레스코 작업을 택했다. 같은 주제라도 기법을 달리해 차별화하는 게 창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색을 취하기 위해 파내고 깎고 문지르고 칠하고 지우고 닦기를 반복한다. 어렵게 얻어낸 색채와 형태도 다듬고 가다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 겨우 들꽃 모습을 취한다. 손이 가는 대로 빠르게 제작하기보다는 조금 더디더라도 공력을 들인다.

내년에는 1년간 휴식을 취하면서 인물화를 다시 그릴 계획이다. 김 작가는 “누구나 자라면서 난 상처가 몇 군데씩 있고 이를 치유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며 “들꽃을 문신처럼 새긴, 생채기 난 인물화를 통해 삶의 질곡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주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제8회 전라미술상, 미술지도자상 등을 수상했다. 전주, 서울, 일본 나고야,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15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마이애미, 싱가포르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현재 예원예술대 미술조형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적당한 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공간에서 화담(畵談)이 펼쳐진다. 판화를 손에 든 1998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작품을 요약 정리해 보여주는 자리. 판화가가 아닌 전시기획자, 계약직 공무원, 사단법인 대표로 살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온 자리는 여기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대수의 ‘숲 기억’

유대수(53) 판화가는 다음 달 9일까지 완주군 고산면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에서 목판화전 ‘화담’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유 작가는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공방을 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된 그림을 꺼내 순서대로 정렬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정리랄까. 그러던 중 전시 제의가 들어왔다. 그림을 고르고, 액자를 맞추면서 세월만큼이나 어수선한 감정이 함께 만져졌다. 이제 많은 것을 털어내고 남은 공간에서 재-시동을 시도한다.

유 작가는 “옛날을 회상하니 기분이 묘하다. 다른 직업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판화는 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더 잘할 수 있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잠시 멈춘 게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 미술교육과를 다니다 홍익대에 다시 입학해 판화를 전공했다. 1993년부터 80여 차례 그룹·단체전에 참여했고 9차례 개인전을 치렀다. 1999년부터 10여 년 남짓 전주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전시기획자로 일했다. 2007년 배짱 맞는 동료들과 (사)문화연구창을 만들어 활동하며 잠시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기도 했지만, 솔잎 먹어야 사는 송충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5월 ‘판화카페 대수공방’을 열고 작업 중이다.

지는 연꽃과 시든 연잎, 바짝 말라버린 연 줄기. 마지막이면서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는 삶의 순환을 한 폭에 담았다.

▲ 문재성의 ‘35자연회귀-순환’

문재성 작가는 이달 30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개인전 ‘자연 회귀-순환’을 연다.

‘자연 회귀-순환’이라는 주제는 삶의 본질, 사랑을 의미한다. 작품의 흰 바탕은 무로 돌아감, 새로운 시작을 내포한다. 응축된 본질의 덩어리로 남아 있는 줄기를 컬러로 표현한 것은 다음 해에 피어오를 연을 위한 자양분(사랑)이다.

문 작가는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연밭을 보고 있노라면 좋은 느낌이 들어 막연히 그려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며 “어느 날인가 늘 보아오던 야위고 가냘픈 어머님의 팔, 다리가 앙상한 줄기로 남아 있는 연 줄기와 겹쳐 떠올려지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문 작가는 원광대 한국화과를 졸업했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전라북도 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전북도지회 부지회장, 환경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 부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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