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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선미촌
김재호 기자  |  jhkim@jjan.kr / 등록일 : 2017.10.11  / 최종수정 : 2017.10.11  23:11:57
   
전주시 서노송동에 가면 선미촌이라는 ‘유리의 성’이 있다. 전주시청 바로 뒤편에 자리잡은 선미촌은 성매매업소 집결지.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9월23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13년 전 특별법 제정 후 당국이 성매매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에 나섰지만 선미촌같은 유리의 성이 전국 곳곳에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유리방 형태의 전형적인 성매매집결지는 물론 술집 형태, 숙박업소 형태 등 다양하다. 성매매는 주택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최근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9월 현재 광주시내 8개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이 250명에 이른다.

성매매는 동서고금 사회적 골칫거리다. 허용하는 나라도 있고, 그저 방관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사문화 된 상태였다.

사회의 양심을 찌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0년 9월19일 군산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감독골목’의 한 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했고, 불과 1년4개월만인 2002년 1월29일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14명이 사망했다. 개복동 업소 2층에는 1평 정도의 쪽방이 7개나 있었고, 내부 통로는 60~80㎝에 불과했다. 창문과 출입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됐고 안팎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자물쇠가 설치돼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참변을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한 여성이 선미촌에서 자살했다. 이미 인천, 대구, 광주, 부산을 거쳤다는 이 여성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무리 일을 해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창문이 온통 검은색 시트지에 가려 한 줌 빛도 볼 수 없어서? 외출은커녕 아플 때 병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비참해서?

최근 전주시가 선미촌 업소 3곳을 매입,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는 현장시청이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이 곳에서 지난 9월21일부터 29일까지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고형숙, 김정경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회를 연 센터는 염원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선미촌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입니다. 20㎝가 넘는 고단한 신발 위에서 버텨낸 시간 아래로 내려와 쉴 수 있는 것입니다. 묶여버린 삶, 묶여버린 공간의 낡은 매듭을 풀고 다시 태어나, 살아나는 것입니다”

성매매특별법 13년,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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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성노동자의 주권이 인정되는 때를 기대해 봅니다.^^ 직업의 귀천은 없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2017-10-12 09:52:08)
루루
성매매가 오피스텔에서 더욱더 창궐하고 있다
선미촌이 문화예술공간이 된들 뭐하냐 거기서 성매매여성이 일할 것도 아니고

(2017-10-12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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