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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벗었지만…49년 세월 야속"납북어부 박춘환씨 등 3명 / 재심서 무죄 선고받아
백세종 기자  |  bell103@jjan.kr / 등록일 : 2017.10.11  / 최종수정 : 2017.10.11  23:11:45
   
▲ 재심서 반공법 무죄받은 박춘환(왼쪽)씨와 고인이 된 오경태씨와 허태근씨 유족들.
 

1968년 납북됐다가 반공법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군산 출신 어부 박춘환 씨(71) 등 3명이 49년 만에 간첩의 족쇄를 풀게 됐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 부장판사)는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서 1년 6월을 선고 받고 복역한 박 씨 등 납북어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피고인 3명 중 박 씨를 제외한 선장 오경태씨, 선원 허태근씨는 이미 숨져 가족이 대신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유죄 증거들이 수사단계에서 불법구금과 고문 등 가혹 행위로 만들어져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군산 옥도면 개야도의 어선 ‘영창호’ 선원이던 박씨는 1968년 5월 연평도 근해에서 동료 선원들과 납치돼 북한에 4개월간 억류됐다가 귀환한 뒤 반공법 위반 등으로 8개월을 복역했다.

복역 후 그는 다시 북한을 고무·찬양하고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은 2011년 3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심은 첫 번째 징역형에 대한 것이다. 한 피고인이 두 차례의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건 이례적이다.

박 씨는 귀환 후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관에게 끌려가 경찰서에서 물과 전기 고문을 받았고 경찰관들은 며칠동안 잠도 재우지 않으면서 허위증언을 받았다. 심지어 지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박 씨가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를 포섭하려고 했다고 한 말이 화근이 돼 친구까지 간첩으로 몰렸고, 고향에서 설자리가 없어진 박 씨는 결국 1980년 경기도로 이사갔다.

재판 선고 후 박 씨는 “완전히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벌써 나이가 이렇게 들었다”며 억울해 했다.

박 씨와 함께 나포된 선장 고 오경태씨의 딸 정애(52)씨는 “어렸을 때 검은 옷을 입은 기관원들이 항상 집 앞에 있었고 고문 후유증으로 아버지는 아파서 누워 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무죄 판결을 받으니 오히려 담담하다”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을 변호한 이명춘 변호사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납북어부 1500여명이 처벌받았는데 지금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된다”며 “아직 갈 길이 멀고 영창호 사건에 대해선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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