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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과 감정표현
이모티콘과 감정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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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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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빨라지는 만큼 / 집중력은 떨어진다는데 / 이모티콘 사용도 그럴 듯
▲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카카오톡 신호음이 울리기에 무심코 핸드폰을 열었다. 다짜고짜 졸라맨 둘이 튀어나오며 한쪽이 상대를 혼낸다. “고따구로 할거임?” 빠르고 카랑카랑한 음성이 격정적이기까지 하다. 혼이 난 쪽은 움츠린 채 땀을 흘린다. 내용은 그렇다 치고, 보낸 선배의 생각을 알 수 없어 마음이 편치 않다.

답장하려니 막막하다. 머리 위로 하트 만드는 소녀 그림을 골라 보낸다. “잘 지내시지요?” 대꾸가 없다. 뭐지? 나에게 섭섭한 게 있는 것일까? 전화한다. 너털웃음과 함께 말이 이어진다. “하하하, 재밌지? 시원하지? 이런 것 만드는 친구들 천재야, 천재. 요새는 얘들이 할 말 다 한다니까.” 왜 이러시나. 맺힌 게 많은가. 이모티콘을 내려받아 봤다. 나를 혼낸 그림 옆으로 “때릴 거야?”, “니가 참아.” “털면 다 나와.” 이런 자극적인 내용이 빼곡히 들어 있다.

선배의 재미와 시원함 속에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들어있기는 한 것인지……? 심리적 게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습성화된 책략을 사용하는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인 게임 또는 놀이’ 말이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을 합쳐서 만든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들을 말한다, PC로 문자를 사용하는 대화, 소위 채팅을 하면서 등장했다. 문자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용한 이모티콘은 ^^와 -_- 라고 전해진다. 웃음과 응원을 위해 사용되었던 것이 지금은 다양한 이미지에 음성까지 탑재하여 캐릭터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을 마구 드러내도 되는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반응으로 ‘도구적 감정반응’을 들 수 있다.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된 감정반응’을 말한다. 악어의 눈물이 상대방을 조정하기 위해서 흘리는 도구적 슬픔이라면, 엄살을 부리는 것은 도구적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못해 웃는 것은 도구적 아픔을 말하는 것이리라. 감정을 애써 감추는 것이 미덕이던 때가 있었다.

이 이도 억압된 감정을 도구적으로 사용하여 정화 효과를 거뒀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이라면 나의 배려나 포용력은 형편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내 감정 사용법>이란 책은 ‘특히 분노나 슬픔의 감정이 느껴지면 이를 즉각적으로 매우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영화 <이모티 : 더 무비>는 이모티콘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을 그린다. 구성원이 지켜야 할 제1 원칙은 1인 1 표정이다. 지키지 않으면 삭제한다. 그럴 법하다. 한 사람이 여러 표정을 짓는다면 인구가 현저히 줄 테니까, 의사 역할을 하는 ‘헤키’는 다양한 표정을 지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 ‘진’에게 ‘여러 감정이 뒤섞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영화는 끝까지 진을 보호한다. 머지않아 여러 감정을 동시에 분출하는 이모티콘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대목이다.

카톡에 실려온 캐릭터 하나 놓고 미주알고주알 하는 게 가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일방적이고 찰라 적인 감정 전달 방식이 하나의 틀이 되고 사람들이 그 틀 속에서 기계처럼 운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알고 보니 이 선배, 그 이모티콘을 많은 사람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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