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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 (중)다시 만난 광장 사람들] "정치는 우리네 삶" 뜨거운 공감
전북일보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0.26  / 최종수정 : 2017.10.27  09:46:56

지독히 추웠던 겨울동안 촛불을 들었던 도민들은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린 순간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린 이들도 많았다. 촛불광장에서 승리의 폭죽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중심에 선 도민들을 찾아봤다.
 

   

■ 청소년들 정치 참여 키우고 파
△ 대학생 이제욱 씨 “학생들 정치 참여 두드러져”

역설적으로 ‘박근혜 탄핵’이 한국 정치에 긍정적인 변화도 불러왔다. 특히 청소년의 목소리가 컸다. 대학생 1학년 이제욱 씨(20)는 “처음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나설 때 ‘어린 친구들이 정치에 대해서 뭘 아느냐. 공부나 해라’는 쓴소리가 있었다”며 “그러나 청소년 목소리에 언론이 귀를 기울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주 영생고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청소년의 자발적 정치 참여를 체감했다. 교실에서는 친구들이 모여 노트북으로 아이돌 영상이 아닌, 실시간 정치 뉴스를 봤다고 했다.

올 초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청소년 문화제를 진행했다. 정권 퇴진 운동을 넘어 청소년의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서울 성공회대에 입학한 그는 “촛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학을 전공했다”며 “청소년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여럿이 내는 목소리, 큰 울림
△ 직장인 이종인 씨 “지금도 매주 촛불 들어요”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린 뒤 촛불을 계속 드는 이는 흔치 않다. 완주군 고산면 미소시장에서는 매주 촛불이 타오른다. 직장인 이종인 씨(54)는 “지난 2014년 5월 17일부터였다”고 했다. 시작은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국가의 안일한 대처로 침몰된 ‘세월호’ 때문이었다. 이 씨는 “전국적으로 슬픔에 잠겼을 때 지인들끼리 모여서 집회를 열었다”며 “이때부터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도 함께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는 완주군 고산면의 활동가들이 매주 전주로 이동해 대규모 집회에 합류했다”며 “추운 겨울 거리에서 구호를 외쳐보니 하나보다는 여럿이 내는 목소리가 더 울림이 컸다”고 했다.

탄핵 이후 고정 활동가는 10명 남짓에 불과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대단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26일 오후 7시에도 집회를 열었다. 그는 “여론은 한번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는데, 우리는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뤄될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라며 “촛불로 태어난 정권은 우리의 목소리를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희망 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
△ 시민활동가 문한솔 씨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

1년 전 촛불 집회 현장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지난겨울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던 시민활동가 문한솔 씨(22)는 “촛불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추운 겨울 촛불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핫팩과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고 행사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를 했던 문 씨는 “촛불을 든 이후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를 때 북받쳐 오르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어린 학생들부터 부모님까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문 씨는 “MBC나 KBS와 같은 언론이나 버스 파업에서도 시민들이 더 관심을 두고 인정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계약직으로 일하는 어머니께서 무기계약직 전환 설명을 듣고 희망을 품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평가는 이르고 할 일은 많아
△ 전북대 명예교수 송기도 씨 “평가는 이르다…앞으로 할 일 더 많아”

중국의 ‘영원한 총리’로 추앙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말은 훗날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65)는 이 말을 현재 우리 상황에 빗대서 표현했다.

송 교수는 “1년 전 시민이 촛불을 들고 많은 변화를 일으켰지만, 아직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수감자들이 누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자신이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언론에서 보도 한 태블릿 PC가 가짜라고 떠드는 이들이 많은 이 상황에서는 아직 성과를 이야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사회가 질퍽한 늪지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을 느끼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사회가 됐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평가하며 “촛불 혁명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 시민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각성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먼 훗날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가 됐을 때 ‘우리 시민들에게 이런 힘이 있었다’고 회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승현·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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