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전북,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다] ③국내 도시재생 선진 사례 - 멈춰버린 옛 건물·시설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다
문민주 기자  |  moonming@jjan.kr / 등록일 : 2017.11.09  / 최종수정 : 2017.11.09  23:28:14

건물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한 장소가 역사적인 보편성과 특수성을 얻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너무 빠르다. 도시재생이 경계해야 할 건 이 ‘속도’다. 그리고 숙고해야 할 건 ‘방향’이다. 지역 자원에 대한 탐구와 도시재생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원도심인 순천시 중앙동과 향동은 문화와 역사를 키워드로 천천히, 하지만 일관되게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지역이다. 또 서울시 경의선 책거리와 성수동 일대, 마포문화비축기지는 옛 건물과 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으로 유명세를 탄 사례다.

△문화로 역사로 다시 태어난, 순천시

- 중앙동·향동 문화거리 조성 / 창작예술촌 마련 등도 힘써 / "문화도시정책 일관성 필요 인력 양성보다 관리가 중요"

   
▲ 순천시 장안창작마당

1990년까지 전남 순천시 중앙동과 향동은 중심지였다. 그러나 순천시 연향동과 조례동 일대에 연향지구와 금당지구 등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인구와 상권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원도심이 된 순천시 중앙동과 향동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서다. 순천시는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낱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천(天)은 생태, 가(街)는 문화, 지(地)는 역사, 로(路)는 사람을 뜻한다.

문화와 관련해 순천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20억원을 투입해 중앙로에서 금곡동 사거리까지 250m 구간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특히 2008년 문화의 거리 조성 지원조례를 제정해 문화예술 관련 업종에 입주비를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현재 문화의 거리 일대에는 수공예점 25곳을 비롯해 화실 18곳, 화랑 7곳, 도자기 공예점 3곳 등 총 77곳이 입점해 있다. 2010년 문화예술 관련 업종이 없었다고 하니, 괄목할만한 성과다. 내년부터는 활동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 장안창작마당 실내 사진

창작예술촌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순천시는 빈 주택과 옛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순천 출신 배병우 사진작가, 김혜순 한복 명인, 조강훈 서양화가의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40년간 삼겹살집으로 운영된 장안식당을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하는 공간인 ‘장안창작마당’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장안창작마당은 장안부엌, 장안공방, 장안여인숙, 입주작가 3명을 위한 작업실 등으로 운영한다.

이와 함께 역사와 관련 1430년(세종 12년)에 축성된 순천부읍성에 대한 역사문화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한다. 순천부읍성은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초기 성곽철거령에 따라 훼철돼 현재까지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성곽에 대한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성곽을 이미지화하고 돌(석재) 포장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 창작예술촌 내 김혜순 한복 공방

전국 곳곳에서 순천시를 도시재생 선진지로 답사한다. 하지만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순천시도 안정화 시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도시의 역사성, 장소의 정체성을 찾아내 빈 곳을 지속적으로 메울 뿐”이라며 “자치단체가 일관된 정책으로 도시계획을 추진하는 것, 인력 ‘양성’보다 인력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여주기식 도시재생에 치중하면 차별성 없는 도시재생 ‘틀’만 형성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이 아닌 현장에서 지역 자원이 무엇인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도시, 서울

- 경의선 철길 책거리·숲길로 / 수제화·인쇄업 흥했던 성수동 / 갤러리 카페 등 문화 공간 탄생 /매봉산 석유저장탱크도 변신

   
▲ 경의선 책거리

서울시 경의선 책거리는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이어지는 250m 구간이다. 옛 경의선 철길을 걷어낸 자리에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열차를 형상화한 부스를 여행·예술·아동·인문·문학 등 주제별로 분류해 설치했다. 공원과 서점이 공존하는 공간인 셈이다.

경의선은 1906년 개통된 용산과 신의주를 잇는 철길이다. 6·25전쟁과 분단으로 1951년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05년 용산문화센터에서 가좌역에 이르는 6.3㎞ 구간에 대한 경의선 지하화로 지상에는 경의선 숲길을 만들었다. 출판사와 인쇄소가 4000곳 가까이 밀집한 홍대입구역 주변에 옛 철길을 이용한 책거리를 만든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판사가 위탁 운영하는 부스는 6동이다. 이 부스 안에서는 책을 읽거나 살 수 있다. 이외 부스에서는 저자와의 만남, 북 콘서트, 전시, 공방 체험 등을 운영한다. ‘312일간 저자를 만나는 행사’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특히 경의선 책거리 곳곳에는 옛 철도역을 재현한 미니 플랫폼이나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이 새겨진 조형물 등 각종 조형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시 성수동은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동네다. 성수동은 남성·여성용·아동용 완제품 수제화 매장뿐만 아니라 중간 가공, 원부자재 유통 매장까지 모인 수제화 산업 메카다. 인쇄업 관련 공장도 즐비하다. 그러나 공장들이 서울 밖으로 이전하면서 빈 창고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낡은 창고와 공장, 주택이 핫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문화 공간과 카페, 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부터다.

   
▲ 서울시 성수동 ‘대림창고’

이 가운데 성수동 ‘대림창고’는 도심 속 공간 재생과 관련한 모범적인 사례다. 대림창고는 1970년대 정미소로 지어진 뒤 물류창고로 쓰였다. 2011년 한 공연기획사가 내부 리모델링만 한 채 패션쇼와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림창고의 붉은 벽돌과 거대한 철제문은 옛 공업지대를 연상케 한다. 현재는 갤러리 카페로 운영한다.

2014년에는 인쇄 공장을 개조한 카페 겸 조명갤러리인 ‘자그마치’(zagmachi)가 문을 열었다. 인쇄소 창고를 개조한 편집숍 ‘수피’(supy), 자동차정비소를 리모델링한 카페 겸 문화 공간 ‘레 필로소피’(Les Philosophies), 청바지 봉제 공장을 수리한 카페 겸 사진갤러리 ‘사진창고’ 등도 오래된 공장과 주택 사이에서 발견하는 개성적인 공간이다.

   
▲ 41년 만에 재탄생한 마포문화비축기지

또 41년 만에 재탄생한 마포문화비축기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는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국내 경기가 출렁이자 1978년 매봉산 자락에 높이 15m, 지름 15~38m 석유 저장 탱크를 세웠다. 서울시민이 한 달 동안 쓸 석유(6907만L)를 저장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석유비축기지가 위험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2000년 석유비축기지를 폐쇄했다. 그리고 14년 뒤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하겠다고 발표했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14만22㎡)로 개방형 공간인 문화마당(T0)이 있고, 그 주변을 탱크 6개(T1~T6)가 감싸는 구조다. T1~T6은 야외 공연장, 기획 전시장, 이야기관 같은 시설로 재생했다. 특히 T6은 1번과 2번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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