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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축제 기획회의나눔과 대화가 중심 문학 판을 벌이면서 연탄에 고기도 구워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1.13  / 최종수정 : 2017.11.13  23:16:49
   
▲ 신귀백 영화평론가
 

시인의 첫 직장은 이리중학교였다. 그는 이리역 굴다리 앞 어느 길가집 단칸방에 쥔을 붙였다. 쥔 마루를 거쳐 전화를 받는 삶이었지만 그곳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연탄을 땠다. 원대 앞 자취방에서부터 시작된 연탄생활은 모현동 선아파트에 살면서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때 젊은 선생은 백가흠 등 제자를 가르쳤다. 그리고 같은 학교에서 해직될 즈음 13평 영등동 주공아파트까지 연탄구멍 맞추기는 오래 이어졌다.

생활이 시가 되었다. 그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고 썼다. 너 언제 한 번 뜨거워 진 적 있느냐고 덧붙였다. 「너에게 묻는다」란 시는 시가 뭔지 모르는 분도 모두 알 만큼 유명한 ‘경구’가 아닌가.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란 「연탄 한 장」 역시 25년 전 익산에서 나온 시다.

시에서 울림을 받은 한 청년이 기획서를 제출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상을 주었다. 익산문화재단이 아이디어를 받아 실행에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출발이다. 기획자의 콘셉트가 중요했다. 나눔과 대화가 주 콘셉트로 문학판을 벌이는 것 뒤로 축제이니만큼 연탄 위에다 고기나 생선, 달고나와 꼬치 등 먹거리 올리기로 했다.

축제위원회가 출범했다. 축제전문가, 교수, 문인과 출판인 그리고 공무원과 주민대표 여럿이 모였다. 소설가 J씨는 축제를 익산에서 여는 철학적 이유를 걱정했다. 연탄불이 꺼질까 걱정이 되는 발언이었다. 익산 가구 수의 연탄사용 통계 그리고 근대생활 중 연탄에 대한 각자 추억들이 발언을 덮었다. 축제감독 경력의 K교수는 적은 예산이니만큼 가지를 치자고 했다.

소설가 B씨는 강의 때문에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중앙의 내로라하는 작가들로 문학행사의 라인업을 짜 보냈다. 소설계의 메시 황현진부터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시인 박준, 임경섭, 오은 등 젊은 작가들이 국대급이어서 출연료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백일장 심사비만 받고 참여할 것이다.

후원이 붙었다. 혼불문학상에 참여하는 전북 고창출신 출판사 대표는 익산시에 도서 1억 원어치를 기부한다고 했다. 대한석탄공사에서는 축제 취지에 맞추어 연탄 몇 천 장을 소외된 이웃들의 집 앞에 트럭이 부릉부릉 힘을 쓰면서 배달까지 해준다고 했다. 지역의 한돈 대표들은 시민과 시인들 연탄 위에 고기 잘 구워 드시라며 오백인분의 돼지고기를 기부한다니 날이 너무 춥지 않기를 고대할 뿐이다.

젊은이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 그들은 손 내밀면 다가설 수 있는 삼촌의 역사를 더 좋아하니까.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근거다. 회의 막판, 내빈들의 인사는 연탄에 대한 의미 있는 경험만으로 짧게 제한하자는 말이 나왔다.

안도현 시인과 그의 제자 백가흠 작가가 토크쇼에서 지난 시절 뜨거웠던 추억을 들려 줄 것이다. 박준 시인에게 사랑을 듣고, 임경섭 시인에게 죄책감을 물으시라. 19공탄 위에서 고기를 구우며 마음이 뜨거워졌다면 연탄 열 장 정도 기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연탄 한 장 소비자 가격이 573원이다. 12월 9일, 행사 참여 신청은 익산문화재단에서 받는다. 한 번 뜨거워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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