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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책마을 해리 책영화제] 책을 품은 영화이야기…"같이 한 편 펼쳐볼까요?"국내 첫 책테마 영화제11월에 2박3일간 열려 / 씨네토크·영상공모전공연·전시행사도 다채 / 영화제 기획 등 기록 책으로 발간 계획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11.14  / 최종수정 : 2017.11.14  22:37:18
   
 
 

영화의 원천은 무엇일까? 혹은 책은 어떻게 세상과 만나는가? 두 가지 물음은 오래된 미디어 책, 여전히 진화하는 새로운 미디어 영화(혹은 영상매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가,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의 원천을 찾아 떠돌다 만나는 이야기의 집, 책. 이야기가 책의 집을 떠나 새로 머물며 희로(喜怒)하고 애락(愛樂)하는 이미지의 옷, 영화. 이 두 가지 방식 매체에 대한 논의가 비로소 우리 곁에서 빛과 소리로 만나기 시작했다. 바로 <책영화제>이다. 지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이틀 밤 사흘을 책과 영화 속에서 지낸 <책영화제, 고창>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의 원천, 책의 새로운 거처

이번 <책영화제>는 모두 여덟 개 나라 스물여섯 편의 영화와 만나는 작은 영화제이다. 스물여섯 편의 영화는 모두 책을 원전으로 하고 있거나, 책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원전을 책으로 삼아 영화제를 열은 것은 처음 시도다. 영화제이지만, 영화 못지않게 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대개 영화이야기 ‘만’ 나눈다. 영화의 감독을, 배우를, 배경을, 제작자를 이야기한다. 그 영화가 태어난 ‘원천’에 대한 이야기는 가뭇, 사라지고 없다. 그 원천, 책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책 영화제는 책 이야기가 왁자지껄하다.

책의 편에서 살피자. 책은 요즘 어떤 존재인가. 눈을 움직이며 활자를 따라 끊임없이 호흡을 이어가야 한다. 손은 또 어떠한가. 눈동자가 움직이며 활자의 끝을 따라가기 바쁘게 페이지를 넘기며 면과 면을 이어야 한다. 그림책같이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책이라면 좀 나으련만, 글만 가득한 활자중심의 책은, 쉼 없이 활자가(혹은 문자가) 지시하는 대상을 호명해야 한다. 소리 내 읽을라 치면, 귀도 가만있을 수 없다. 스스로 내거나 누군가 읽어주는 그 소리를 잡아채기 위해 청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이렇게 손이며 눈, 귀, 온 감각과 상상하는 힘까지 송두리째 동원해야 하는 꽤 까다로운 행위다. 그 행위의 수고로움을 누그러뜨리는 방향 가운데 하나가, 이미지화다. 음성화다. 인류가 그 맞춤한 결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영화다.

   

△10년 이야기를 쌓다

첫 책영화제는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에서 열렸다. 책마을 해리는 글, 그림작가(조형예술가, 목수) 출판 기획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들이 사는 책, 마을, 공동체다. 바닷가 폐교에 깃들어 마을사람들과 숨을 나누어 쉬며 수많은 빛깔 ‘마을학교’를 열어 어린이로부터 가족, 마을어르신들의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되고 있다. 책마을답게 그 모든 결과를 책(혹은 신문 같은 매체)으로 펴내고 있다. 지난 2008년 초 폐교된 나성초등학교 숙직실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작된 ‘책마을이야기’가 이제 10년을 채웠다.

출판캠프 방식으로 운영하는 ‘학교’ 프로그램 못지않게 책마을 공간도 정리가 되어가는 시점, 세상과 책마을해리가 만나는 구체적인 접점으로 책과 영화를 삼은 것이다. 책마을해리에서 열리는 첫 책영화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틀 밤 사흘간 책과 영화 이야기

책영화제 첫 영화는 <슈렉>, 윌리엄 스타이그라는 걸출한 그림책 작가의 동명 그림책 『슈렉』을 함께 읽으며 영화제를 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단체 관람객들에게 책과 한편 같고 한편 다른 영화이야기가 흥미진진이다. 이름짜한 애니메이션으로만 알았던 영화의 원작이 그림책이라니, 펼치고 읽는 책과 빛으로 번지는 영상 사이에서 우쭐우쭐이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영화 뿐 아니다. 영화제를 마무리하면서 함께 감동을 나눈 <캡틴 판타스틱>은 원작이 책이 아닌 시나리오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작가, 책, 책의 문구들이 난무하는 인문경연장이 되었다. 교육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영화 끝에 이어진 <북씨네토크>에서 중년 관람객은 ‘앵콜상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의 도움을 받아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청년영상제를 함께 열어, 20대 초반 청년들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를 엿보기도 했다. 책과 영상 공모전도 진행했다. 대하소설 첫권떼기를 통해 긴 호흡 소설에 익숙하지 않는 세태, ‘읽기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시도도 빠지지 않았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조월례, <씨네21> 주성철 편집장과 안재환 애니메이션 감독이 전하는 책과 영화이야기, 주제토론도 책영화제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책영화제 꾸밈은 꼭 책과 영화만이 아니다. 다양한 공연, 전시도 함께였다. 마을학교 <밭매다 딴짓거리> 어르신 학생들의 4년동안 그림과 글을 모아 엮은 『여든, 꽃(김선순)』『마을, 숨은 이야기 찾기(나성마을아짐들)』원화전도 열렸다. 작가와 만남 시간도 100여 명 참가자들과 함께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부끄럽다며 반주로 소주를 들이키던 분들이 첫날 밤을 묘사하는 적나라함이며, 마을에서 유일한 연애결혼담이며, 이야기보따리가 열리자 봇물 터지듯 말문이 열렸다.

책마을아트앤북레지던시 전시도 함께했다. 3년동안 바느질 속에 살았던 정상경 작가의 <수궁가헝겁조형전>부터, 책마을해리 책뜰을 조형예술 작업으로 채운 류충렬 화백의 책조형전도 함께 진행했다. 우리나라 지역출판도서전을 작게 꾸미기도 했다. 이번 책영화제는 3일간 1천여 관람객과 함께했다.

△아직 가슴 설레는 모험의 꿈

   

책영화제는 전라북도, 고창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KBS전주총국, 전북일보, 전라도닷컴 등의 친구들과 함께 열었다. 책마을프랜즈는 지역공동체도 한몫을 했다. 고창의 마을공동체 교류의 장이 되기도(책영화제 첫째 날), 마을학교 진행자와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학교의 장’이 되기도(책영화제 둘째 날) 했다.

마지막 날은 해리포터즈의 날이 되었다. 해리포터즈는 책마을해리와 서포터즈의 합성어다. 30여명의 해리포터즈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생까지 두루 참여해 책영화제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번 책영화제는 “책마을은 누구나 책을 만드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처럼, 영화제를 기획과 준비, 영화제 3일의 기록을 잘 편집하고 디자인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가제가 『책의 미래, 책영화제의 모험』이다.

이번 첫 책영화제는 주제를 <책과 영화, 모험을 떠나다>로 삼았다. 책마을해리는 책과 마을이 만나 시작하는 책의 모험이다. 책과 마을로 시작한 책의 모험은, 올해는 토요일 하루 고창 청소년들과 진행한 책 학교로, 책영화제로 확장하고 있다. 2018년 책영화제는 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불러올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이대건(책마을 해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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