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들에게 부여된 입법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회권력의 집단적 독선이다.’
익산시의회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언론계의 개탄이다.
익산시 언론 관련 예산운용에 대한 조례안 개정이 지난 10일 최종 통과됐다.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이 연 3회 이상인 경우 1년간 익산시 광고를 중단하던 애초 조례를 1번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으로 횟수를 대폭 줄였다.
벌금 이상은 3년을, 금고 이상은 5년 간 광고를 중단토록 제재도 강화했다.
적용 대상 범위로 익산시민과 익산시 관내 관공서, 익산시 소재 사업장 등을 추가했다.
정정보도 결정이 난 언론에겐 익산시 홍보 예산을 단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국 최초로 홍보예산 지급과 관련한 조례안을 일찍이 만들어 이미 언론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한편으론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란 미명 아래 기자 혼자만의 사고와 논리에 함몰돼 추측과 억측의 소설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내팽개쳤기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조례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있더라도 절대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 하면 빛 좋은 개살구로 상식의 정도를 벗어나도 너무 한참 벗어난 조례임을 일단 지적한다.
영락없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조례로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초법적인 발상이다.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취재보도가 생명이기에 당연히 정정보도는 없어야 한다.
언론이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아니면 말고식이거나 악의·고의적 보도가 아닌 사실에 입각해 기사를 작성해야 하고 취재 대상의 인권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
의욕적인 취재활동을 하다 보면 취재 대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팩트에 입각해 나름의 충실보도에 최선을 다 했지만 이른바 ‘까는 기사’들은 항상 언론의 일방적인 시각임을 주장하며 정정보도를 주문하기 일쑤였다는 게 그 간의 언론 경험이다.
물론 시의회는 사실을 보도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분별한 정정보도 요청 남발 등 악용될 소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례는 최악의 언론악법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재차 지적한다.
기자들은 이제 그만 펜을 놓아야 한다.
그저 시의원들이 던져주는 홍보성 보도자료만 충실히 받아 쓰고 혹시 그들과 관련한 고발제보가 들어와도 눈길 조차 보내서는 안 된다.
혹여 취재 미흡으로 단 한 차례라도 정정보도 결정이 날 경우 밥줄이 끊겨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한번 갸우뚱거려 본다.
언론계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이 시점에 초법적인 언론조례를 만든 진짜 이유가 뭘까.
내년도 지방선거를 맞아 봇물처럼 쏟아질 앞으로의 언론 검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철통 방호벽 쌓기 차원에서 비롯된 ‘신의 한수’에 물음표를 찍어본다.
사실 언론의 인물 검증이 본격 시작되면 현직 선출직 몇몇은 절대 재입성해서는 안 될 낙선·퇴출 정치인으로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기에 한 번 품어 본 의구심이다.
아무튼,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채 권리만 누리겠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