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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거리, 지붕 없는 공연장 되다] ④ 프랑스 현장(하) - "공연자가 잘하면 관객은 춤 추기 마련이죠" 1개 공연에 20가지 상황 설정 '만반의 대비'트로아 공연연합 '아사히라' 60개 단체, 지역 문화 활성화…축제·지자체 계약 연결 도와 "세계적 진출 가장 큰 목표죠" / '집시 피그'팀의 노하우…공연 레퍼토리 짤 때마다 외부 감독에 객관적 평가 부탁 "관객과 친밀감 나누는 것 중요"
김보현 기자  |  kbh768@jjan.kr / 등록일 : 2017.11.14  / 최종수정 : 2017.11.14  22:37:09
   
▲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과학산업관에서 공연한 거리예술단체 ‘집시피그’ .
 

프랑스는 거리 예술단체들이 주로 연합체로 움직인다. 많은 크고 작은 연합 중 60여 개 공연단체가 소속돼 있는 연합체 ‘아사히라(ASSAHIRA)’는 유럽·남미뿐만 아니라 아시아, 특히 한국과도 공연 교류가 활발하다. 또한 전북지역 중·소 도시와 비슷한 규모의 프랑스 지역 ‘트로아’에 본부를 두고 활동해 운영 환경도 비슷하다.

‘아사히라’의 공동 대표로부터 연합 운영, 지역과의 연계 방식 등에 대해 듣고, 실제 ‘아사히라’소속 거리공연단체인 ‘집시 피그(Gipsy pigs)’의 공연 현장과 활동 노하우 등을 살펴봤다.

지난달 8일 방문한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과학산업관(Cite des Sciences et de L ‘lndustrie). 어린아이들이 거대한 전시장 안을 분주히 움직였다. 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을 도킹하는 조이스틱을 잡아당기는가 하면 갈릴레이의 낙체법칙을 몸소 이해하기 위해 진공관 안으로 연신 쇠공을 굴려댔다. 커다란 뇌 그림은 캄캄한 전시장 내부에 둥근 달처럼 떠있다.

로비 쪽에서 난 예상치 못한 선율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을 울리며 나오는 풍부한 트럼펫 소리에 아이들은 쫑긋 귀를 세웠다. 관객들은 색소폰, 트럼펫, 호른, 기타, 작은 북 등을 맨 젠틀맨들을 순식간에 둘러쌌다.

이날 프랑스 거리공연단체 ‘집시 피그(Gipsy pigs)’는 10월 7일과 8일 과학산업관에서 열린 ‘과학 축제(Fete de la science)’의 일환으로 축하 공연을 펼쳤다. 능숙한 무대매너로 관람객 사이를 파고들며 관객이 서 있는 그 자리를 무대로 만들었다. ‘집시 피그’의 리더 ‘토마스(Thomas)’는 “배우, 공연자는 무대에 있고 관객은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싫다”며 “관객 가까이 다가가 평등하게 즐기는 것, 친밀감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관객의 시선을 끌고 소통하기 위한 장치들을 준비한다. “프랑스 역시 중·소도시에서는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지만 공연자가 잘하면 관객은 춤을 추기 마련이에요. 우리(집시 피그)는 밴드지만 공연 전 관객의 주의를 끄는 간단한 활동, 역동적인 안무나 무대매너, 의상 등 많은 것을 챙깁니다. 거리공연이 실내공연보다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까다로워요. 공연 환경, 객석 반응 등까지 고려해야 하거든요. 또 레퍼토리를 짤 때마다 외부 예술 감독을 초빙해 평가를 부탁합니다. 우리 안에서만 짜면 이 공연이 대중성이 있는지, 완성도가 높은지 알기 힘들거든요.”

   
▲ 아사히라 소속 M.O.B(MOBILE OBLIQUE AND BUCOLIC)의 공연. 예술가인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연으로, 예술인들이 움직이는 대형 구조물에 매달려 드럼 연주를 한다.

‘집시 피그’는 공연연합체 ‘아사히라(Assahira)’에 소속돼 있다. 토마스는 “전 세계적으로 축제, 프로그램이 많은데 개인단체가 모두 파악하고 접촉하기는 어렵다”며, “연합체 본부에서 국내·외 공연계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곳들을 추천, 소개,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도시열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한 시간 15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트로아’. 약 10만 명이 거주하고, 중세 르네상스 건물 등 전통 문화가 잘 간직돼 있다. 지역 특산물인 와인 전통 축제도 해마다 크게 열린다. 전북지역 소도시와 규모와 특성·분위기가 유사하다.

시청에 문화관광 부서도 없을 만큼 작은 도시지만 거리에는 항상 음악과 웃음, 낭만이 가득하다.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는 공연연합체 ‘아사히라(ASSAHIRA)’ 소속 단체 등이 시청 앞 광장과 공원 등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공연을 열기 때문이다. 파리 출장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10일, 트로아에서 ‘아사히라’의 공동 대표인 델핀 험멜(Delphine Hummel)과 제비어 아다로(Javier Adaro)를 만났다.

   
▲ 아사히라 소속 ‘리 탬부어(LES TAMBOURS·위)’팀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아사히라’는 소속 단체를 홍보하고 단체-축제·지자체 간 계약을 연결해주는 단체다. 민속, 서커스, 밴드, 연극,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60개 단체가 소속 돼 있다.

공연인이자 유럽권 대형 공연 매니지먼트에서 근무했던 델핀은 유럽 공연 현황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제비어는 남미 출신 공연인으로 세계를 다니며 활동했다. 부부이기도 한 둘은 각자의 특성을 살려 사업 파트너가 된 것.

“매니지먼트의 개념도 있지만 연합체는 우선적으로 거리공연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결성됐어요. 활동 방식을 체계화하고 개별 단체의 힘을 모아 거리예술인의 지위를 높이고 거리 공연을 발전시키고자 하죠. 따라서 소속 예술인들을 세계적으로 진출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약 3년 전부터는 ‘트로아’에 정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델핀은 “트로아가 전통 유산, 음식 등으로 관광객은 있지만 문화적인 요소가 없었다”며 “내 고향이기도 한 이 도시를 예술·공연으로 채우고 싶어서 활동 근거지로 잡았다”고 말했다. 시청 사업 계획엔 없었지만 이들이 공연 계획서를 제안해 계약을 체결했다.

   
▲ 아사히라 소속 ‘라티 팡파르’가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제비어는 “이곳 역시 소도시다 보니 관람 유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상황과 움직임에 대비해 하나의 공연을 준비해도 스무 가지가 넘는 상황 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활동 영역을 키워 해외로 나가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장치, 예를 들면 음악, 몸짓, 거대한 소품 등 포인트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연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특색을 반영하고 거리 공연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리공연축제도 준비 중이다. 델핀은 “트로아 주변부는 하천, 호숫가로 둘러싸여 있고 이를 따라 작은 마을이 많다”며 “호숫가에서 공연 축제를 열어 서로 다른 마을 주민들, 풍경·문화를 모두 즐기고픈 관광객을 모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첫 회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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