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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문화의집 연극 활동] 귀촌 아줌마들의 설레는 무대 도전기 '지금 막 오릅니다'
[진안문화의집 연극 활동] 귀촌 아줌마들의 설레는 무대 도전기 '지금 막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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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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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품은 끼많은 여성들, 연극 경험하며 활력 충전 / "나완 상관없는 세계인 줄 알았는데…해보니 매력" / 귀촌·엄마 공통점에 얘기꽃 활짝…내달 14일 초연
▲ 연극 ‘소원이가 용됐네’를 연습중인 진안 주민들.

“너희들 몰랐어? 여기 호수에 오래된 천년 묵은 용이 있다는 거?”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할아버지 보셨어요?”

“그럼 봤지. 이리 가까이 와봐. 저기 용담호 보이지? 이 할아버지가 너희들만 했을 때 저 아랫마을에 살았는디 거기서 봤지.”

“물 속에서 살았다구요? 용궁?”

“허허. 용궁이 아니라... 아니 용궁이기도 허네. 여기 댐이 만들어지기 전에 저곳이 다 마을이었어...”

진안문화의집 공연장에서 예닐곱의 젊은 여성들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3-40대 아줌마들이다. 무대 위 여기저기에 한두어 명씩 어울려 대사를 읽거나 몸동작을 연습한다. 말투나 얼굴 표정에도 각별히 신경 쓰며 몰입한다. 그이들은 연극단원은 아니다. 진안으로 귀촌해와 살고 있는, 익숙해지는 듯 하면서도 아직은 진안에서 산다는 게 낯설기만 한 젊은 귀촌여성들이다. 이들은 12월에 발표할 아동극 ‘소원이가 용됐네’ 연습에 한창이다. 진안에 전해 내려오는 용담호 전설을 섞어서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의견을 나누어 창작했다.

△ ‘소원이가 용됐네’

산골 촌구석에서 연극하자고 모여든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귀촌한 지 5년이 되어가는 심수진 씨는 진안에서 마을만들기 일을 하고 싶어서 귀촌했으며 임신과 출산 때문에 잠시 쉬는 사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이를 입학시키려고 장수에서 넘어오게 되었다는 김현미 씨는 초등학교 방과후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 연극 ‘소원이가 용됐네’를 연습중인 진안 주민들.


진안으로 귀촌한 지 만 2년차 되어가는 전해경 씨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알바’로 방과후 교사 활동을 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시골살이를 꿈꾸었으며 시댁 가까운 전라도 지역을 알아보다 진안에 귀촌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 남편과 연애할 때 서울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보던 경험들이 참여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 즉흥극할 때 부끄러워서 자꾸 빼고 주춤거렸는데, 여전히 부끄럽긴 하지만, 재미있단다.

“재미있어서 자주 웃게 돼요, 집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 줄 때 이제 연기하듯이 읽게 되더라고요. 아이한테도 그렇게 읽어보라고 시키고, 가족들끼리 그렇게 읽다가 많이 웃어요.”

△ 삶의 이야기들도 서슴없이 나누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진 씨의 말이다.

“귀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활동인지라 처음에는 귀촌한 삶의 마음들을 풀어보는 일반 어른들의 세계를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연극을 해보자고 모여든 사람들이 연극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일상생활을 하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거든요. 그러나 진안에 귀촌해서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평범하지 않은’ 낯선 존재들인 것도 사실이고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람들은 무대에 대한 열정이 강해요.”

젊은 주부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들 한다. 연극을 통해 집에서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거나 책을 재미나게 읽어주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얼굴이나 몸짓의 표현을 통해서. 그래서 아동극을 하기로 했단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즉흥적인 장면 꾸미기 활동을 위주로 했어요. 대본이 미리 짜여진 것은 아니고, 참여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즉흥적인 장면 꾸미기 연습을 하고 그러면서 아동극의 방향이나 줄거리를 잡아온 거죠. 나를 알고 서로 알아가고 몸짓형으로 이야기 나누고 우리 동네 이야기 하고... 아이 양육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집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어요. 시부모나 남편들도요. 가족이나 이웃집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고 학교 이야기도 나누는 과정이었죠.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정치나 교육 이야기들도 서슴없이 했어요. 지역에서 마을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 생활세계와 관련이 먼 줄 알아

“너무 좋아요. 치유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고 연극이 좋은 거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중학생인 큰딸이 극심한 아토피로 고생하자 순천에서 친정이 있는 진안으로 귀향한 이유민 씨의 말이다. 이사온 지는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를 자주결석할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다. 아이도 시골로 옮겨 살기를 원했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아이의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이것만으로도 이 씨는 행복할텐데, 이 씨는 나름대로 자기 삶을 찾아 나섰고 그러다 연극하는 프로그램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이런 ‘엄마인생’에 아이들도 좋아한다.

“저는 연극이란 게 저의 생활세계하고는 관련이 먼, 특별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진안문화의집 선생님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선뜻 응한 거예요. 뭔지 모르게 설레었어요.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힘들던 몸이 나를 발산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요한 것 같아요.”

△ 주부 여성들의 잃어버린 감각 살리기

이유민 씨에게는 연극 활동이 행운이 되었다. 어렸을 때 웅변도 하고 글짓기도 좀 하던 끼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일까. 연극 활동이 있는 날 오후에는 진안에서 초등학생 아이들 독서지도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들어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 신나게 더 상쾌하게 아이들과 수업할 수 있단다. 아이들이 주의집중력이 약해서 연극 활동에서 흥미유발을 하며 주의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한다.

김희진 씨는 프로그램이 더 진척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서 인형극으로 아동극을 꾸며 볼 생각이란다. 그러자면 공연용 인형도 만들어야 하고 극복 꾸미기나 목소리에 집중해서 연습할 계획이다. 주부여성들의 잃어버린 감각 살리기도 과제다. 나중에 아동인형극을 공연하고 마을로 순회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다.

△ 연극에 꿈을 가진 사람들

“진안에 귀농·귀촌자들이 많잖아요. 농삿일을 하지 않는 젊은 주부들도 많고요. 의외로 연극을 해보고 싶어하는, 연극에 꿈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진안군 진안읍에 있는 진안문화의집 기획자 황현화 씨의 말이다. 황 씨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극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이도 귀촌해서 진안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귀촌여성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마음이 크다.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귀촌여성들이 모여들어 연극 활동을 한다. ‘소원이가 용됐네’ 시나리오도 그렇게 모여서 공동으로 창작했다. 진안 용담호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분주한 도시생활을 하다 진안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와 살다보니 산골마을의 한가로운 맛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아요. 그러나 대부분 낯선 곳에서 마음이 위축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죠. 도시문화가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일상의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끼와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 그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연극이라는 새로운 활력소를 찾자는 의도였지요.”

▲ 고길섶 문화비평가

진안 귀촌여성들의 연극 ‘소원이가 용됐네’는 12월 14일 주민들과 만난다. 진안문화의집 공연장에서 오전 10시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저녁 7시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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