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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으로 합시다
'닭도리탕'으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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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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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국민 야식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닭도리탕 또한 백숙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적 닭요리 중 하나다. 토막 낸 닭고기에 고추장, 파, 마늘, 간장, 설탕 따위의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 음식이 닭도리탕인데, 그 이름이 속수무책으로 탄압받고 있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서도 ‘닭도리탕’을 두드리면 대번에 붉은 밑줄이 그어진다. 표준말이 아니니 당장 ‘닭볶음탕’으로 바꿔 쓰라는 것이다.

고스톱 판 용어로 ‘고도리’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다섯 마리 새’다. ‘닭도리탕’이 괄시당하는 까닭은 혹시 그 말 때문인 건 아닐까. ‘닭도리탕’에 든 ‘도리’가 ‘새’의 뜻을 가진 일본말인 것 같아 껄쩍지근헝게 절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억지소리일까? 천만에다. 그것 말고는 ‘닭도리탕’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까닭을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도리’를 순우리말 ‘도리다’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하면 안 될까. ‘닭의 살을 도려서 끓인 탕’으로 보자는 것이다. 설령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말이라고 치자.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민족적 자존심을 들먹일 것인가. ‘닭새탕’이어서 이상하다는 건가. ‘처갓집’은 표준말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라면 ‘새’ 대신 ‘볶음’을 굳이 집어넣은 것도 오십 보 백 보다. ‘볶음’과 ‘탕’은 조리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둘은 하나의 음식 이름으로 나란히 어울려 쓸 수 없다. ‘김치찌개튀김’, ‘고등어조림무침’ 같은 이름을 들어봤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일제로부터 오랜 식민 지배를 받은 탓에 우리 생활 속에 일본말 흔적이 넘쳐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걸 우리말로 순화시키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 해도 모두에게 익숙한 ‘닥도리탕’을 패대기치고, 발음도 복잡한 ‘닥뽀끔탕’을 굳이 써야겠는가. ‘가락국수’라는 좋은 우리말 두고 일본말인 ‘우동’은 와리바시로 잘도 집어 드시지들 않는가. 정작 없애야 할 친일의 잔재가 수도 없이 많은데 애꿎은 ‘닭도리탕’만 갖고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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