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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의 상사
병가의 상사
  • 김재호
  • 승인 2017.12.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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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란 말이 있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전쟁 중의 실수는 아군의 치명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이니 아군에 피해를 안긴 장병일지라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 저변에는 실수를 처벌로만 대응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용서, 상대방이 반성하고 나아가 실수를 만회할 큰 공적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 있다.

삼국지에 한 사례가 있다. 조조는 명령을 어기고 주요 거점을 잃은 장수 조홍의 목을 베려고 했다. 이에 주변 장수들이 조홍의 공적을 나열하며 성을 잃은 조홍이 차제에 공을 세워 실수를 만회할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조조는 조홍의 충성스러움과 용맹스러움을 상기하며 화를 누그러뜨리고 일단 용서한다. 훗날 조홍은 위기에 빠진 조조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지나친 배려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판단에 시비가 일었다. 일부라고 할지라도, 주변에서 동의하기 힘든 판단이 잇따라 나오자 사법부 내부에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인천지법의 김동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하여, 나는 법이론이나 실무의 측면에서 동료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위 석방결정에 대하여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적이 없다”며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고도 비판했다. 김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에서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한탄했다.

김판사같은 개탄이 나오는 것은, 김명수 대법관의 사법부 독립 펜스치기에도 불구하고, 뭇 사람들이 동의하기 힘든 판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법은 잇따른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있고, 공금을 사기친 혐의로 기소된 학교 전 행정실장(이사장 아들)과 이 사건에 연루된 이사장, 전 교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사립학교 이사장과 아들, 교장 등이 짜고 사문서를 위조해 공금을 빼 쓰다 적발됐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한 것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란 말이 있지만, 사기죄는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엄벌 대상 아닌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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