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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포비아? 미꾸라지에 겁내지 말자
기부포비아? 미꾸라지에 겁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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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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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파렴치한 때문에 기부를 중단해선 안돼…법제 꼼꼼히 정비해야
▲ 이석현 국회의원

어려운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데, 때와 장소가 없겠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은 기부의 계절이다. 소복히 쌓인 눈과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냄비를 울리는 동전 소리가 들린다. 생활고에 여름과 겨울이 따로 있겠냐만, 겨울은 여름에 비해 지내기가 더욱 힘들다. 그러니 날씨가 추울수록 온정은 더 커지는 것이다.

기부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어져왔다. 이슬람교의 교리에 따르면 기부가 의무로 되어 있는데, 이를 ‘자카트’라고 한다. 또, 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열정은 성공의 열쇠이고,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약 50조원의 거액을 자선사업에 기부하여, 본인의 말대로 성공을 완성시킨 인물로 존경을 받는다.

기부의 형태도 다양하다. 금전적 기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면 연탄기부가 ‘유행’을 탄다. 목소리나 손재주를 기부하는 재능기부도 있고, 백혈병 어린이들의 가발을 위한 머리카락 기부도 있다. 우리가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렇게 오래, 그리고 다양하게 이어져 온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이상한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기부포비아이다. 포비아(Phobia)란 공포증이라는 뜻이니, 기부포비아란 기부를 겁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우면 뭐하느냐, 오히려 역효과”라는 냉소적 인식이 퍼지는 것이다. 이유는 있다. 4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126억 원을 횡령한 기부단체가 적발되었고,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여중생 살인자 이영학은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받은 13억 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호화생활 영위에 유용했다. 국민의 공분이 일었다. 당연하다. 나의 욕구를 다소 참으며 기부한 돈이 파렴치 행각에 쓰인 것이다.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이러한 분노가 기부포비아를 일으키고, 기부문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는 34%이며, 이는 OECD 35개국 중 하위권인 2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39개 조사 대상국 중에선 62위에 불과하다.

이영학이나 파렴치한 기부단체에 분노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본질을 놓치지는 말자. 물을 흐린 미꾸라지에 돌을 던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살고 있는 연못 자체를 메워서야 되겠는가? 기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필자도 장학재단을 운용하고 있다. 선친이 2014년 작고하시고 상을 치르면서 받은 조의금 1억 원 이상을 모두 장학금으로 내놓았더니, 이를 종자돈으로 주변 지인들이 참여해서 ‘봉주장학재단’을 설립하였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로 매년 몇 십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내가 평생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금액은 적지만, “주변에 너희를 응원하고 있는 ‘마음’이 있으니 힘내라”는 메시지가 젊은이들에게 힘이 될 듯하다.

기부는 나쁘지 않다. 나쁜 것은 기부를 악용한 파렴치한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파렴치한이 기부를 가지고 농락하지 못하도록 법제 정비를 꼼꼼히 하고, 늘 감시하자! 무엇보다 미꾸라지 밉다고 연못을 메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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