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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25. 무술년, 다시 돌아본 오수의 개 - 오수견도 진돗개처럼 국내 대표 품종에 포함돼야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25. 무술년, 다시 돌아본 오수의 개 - 오수견도 진돗개처럼 국내 대표 품종에 포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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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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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관심·지원 이어져 / 우리 고장 이야기 더불어 오수개 복원됨 인정받아 / 대표 토종개로 사랑받길
▲ 복원된 오수견.

사람은 짐승이라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 人恥平爲畜(인치평위축)

공공연히 큰 은혜를 저 버린다네 / 公然負大恩(공연부대은)

주인이 위태로울 때 주인을 위해 죽지 않는다면 / 主危身不死(주위신부사)

어찌 족히 개와 같다고 논할 수 있겠는가 / 安足犬同論(안족견동논)

무술년(戊戌年) 개띠의 해가 오니 사람보다 나은 개를 추모하며 지은 「견분곡(犬墳曲)」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견분곡은 고려시대 문인 최자(崔滋, 1180~1260)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실려 있는 작자 미상의 노래이다. 이인로의 파한집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지은 시문집인 보한집에는 오수의 개 설화와 더불어 전라도 안찰사를 지낸 그가 살펴봤던 가치 있는 글이 많이 담겨 있다. 그를 정계로 천거하며 인연이 깊은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1200년 오수역(獒樹驛)이란 시구를 남겨 고려시대부터 의견 이야기와 더불어 유명했던 오수에 대한 지명의 근거를 남겨 놓기도 했다.

오원에서 점심때 떠나 / 烏園侵午出

오수에서 잠깐 쉬었네 / 獒樹片時留

사슴은 숲 속에서 한가히 졸고 / 閑鹿眠深草

새는 계곡 물에 몸을 적시네 / 幽禽浴淺溝

산은 눈에 가득한 그림이고 / 山供滿目畵

바람은 내 가슴 상쾌하게 해주네 / 風送一襟秋

두 차례 대방국(남원)에 들어왔으니 / 再入帶方國

승경(勝景) 속에서 맘껏 즐겼구나 / 天敎飽勝遊

- 이규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전집 제9권(1241년), 「남원(南原)으로 갈 때 오수역(獒樹驛)에서 누상(樓上)의 벽에 붙은 시를 차운하다」

오수(獒樹)는 ‘개’를 뜻하는 한자 ‘오(獒)’를 사용한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지만 개 중에도 특히 ‘사람에게 잘 길들여진 개’, ‘4척(약 120㎝) 이상의 큰 개’를 특별히 가리켜 ‘개 오(獒)’자라 한다고 하니 글자를 다시 눈여겨보게 된다. 큰 개 ‘오(獒)’와 나무 ‘수(樹)’자를 합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의 지명은 한자만 살펴보아도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디 오수뿐이랴.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개, 말, 토끼, 닭, 쥐, 뱀은 물론이고 곰,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이나 용과 같은 신화 속 영물까지 갖가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지명 속에 남겨왔다. 그러나 막상 이와 같은 지명의 사연이 오늘날까지 지역의 자산으로 남겨져 있는 예는 많지 않다.

▲ 해동지도, 남원부.

오수면 근방은 고려시대 남원부 둔덕방과 남면으로 불리던 곳이었으나 특별한 개의 이야기가 지역에 전해져 내려와 지역민들이 이를 지명으로 삼기 원했고, 주민의 요청 끝에 명칭 변경이 승인되어 1992년 오수면으로 확정되게 되었다. 신라시대의 실화로 추측되는 이야기가 천년을 넘어 구전되다 지명에 짙게 남겨진 오수견 사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임하필기』 등에 전해지고 있다.

김개인(金蓋仁)은 거령현(居寧縣) 사람인데 집에서 기르는 개를 몹시 사랑하였다. 하루는 개인이 출행하는데 개가 따라 왔다. 개인이 술에 취하여 길가에서 잠이 들었는데 들불이 일어나 사방에서 타들어오니, 개가 가까이 있는 내에 뛰어들어가 몸에 물을 적셔 와서는 개인이 잠들고 있는 주위를 뒹굴어 풀에 물기를 뿌렸다. 이 행동을 반복하여서 불은 껐으나 개는 기진하여 죽고 말았다. 개인이 술에서 깬 뒤에 죽어있는 개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지어 슬픔을 표하고 봉분을 만들어 묻어 주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하였더니, 그 지팡이가 잎이 피는 나무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그 지명을 오수(獒樹)라 하였으니 악부(樂府) 중에 〈견분곡(犬墳曲)〉은 바로 이것을 읊은 것이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9권 「전라도 남원도호부」

오수의 이야기인 줄은 몰랐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전해 들었을 법한 이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 이 의견(義犬)을 기리기 위해 노력해온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에 의해 다양한 기념과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동산 공원에 세워진 의견비(義犬碑)는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마모돼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지만 상리 천변에서 발견되어 세워지기까지의 이야기도 드라마틱하다. 의견비에 대한 기록은 1923년 임실군지에 충구비인 의견비(義犬碑)가 있다는 기록이 있었으나, 큰 홍수로 의견비가 사라져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이후 1930년경 오수면 상리에 사는 주민의 꿈에 나타나 당시 전라선 철도개설공사 현장인 상리 천변에서 발굴되었으나 의견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의견비 위에 고사를 지내니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논둑으로 옮겨졌다가, 현재의 장소인 오수면의 공원으로 1939년 다시 옮겨져 오수의 자산이 되었다. 마모되어 뜻의 의미가 퇴색된 의견비는 지역민들과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해 일부 해독돼 오수견의 충성심을 입증해주고 있다. 무게 5톤, 높이 218㎝, 넓이 98㎝, 두께 28㎝의 의견비는 육조체로 쓰여진 석문으로 되어있어 고려시대 중기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또한, 개의 발자국 같은 문양과 개의 상반신을 추측할 수 있는 신비로운 문양이 시비를 세우는 데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의 명단과 함께 새겨져 있는 명물로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되었다.

무술년(戊戌年)의 ‘무’가 땅(土)의 기운을 의미하는 황색을 뜻하다 보니 2018년 새해를 황금개의 해라 한다. 행운의 감을 지닌 황금개라 하지만 실상은 누런 개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네 고향 마을 어귀 어디에서나 꼬리 치며 반기던 누렁이 황구(黃狗)들의 해인 것이다.

흔히들 잡종견을 일컬어 똥개라 불러왔지만, 진도의 진돗개, 경주의 동경개, 경산의 삽살개 그리고 북한의 풍산개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품종의 토종개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 같은 견종들 사이에 임실 오수개도 마땅히 포함되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 임실군에서는 의견 이야기를 활용한 지역축제나 의견비만이 아니라 고증과 연구를 통해 당시 오수견의 모습을 복원하려고 노력하며 재조명을 하고 있다.

▲ 전라북도 민속 자료 제1호 의견비.

연구에 따르면 오수견은 몸에 물을 묻혀 불을 꺼야 했으므로 장모종이었을 것이라는 의견과 덩치도 진돗개보다 조금 큰 중형견이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여러 고증을 거쳐 토종견의 혈통을 이어받아 복원된 오수견이 얼마 전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의 길에도 함께 했다. 오수견의 계속된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 우리 고장의 이야기와 더불어 토종 오수개가 올곧이 복원됨을 인정받아 대표 토종개로 우리 곁에서 사랑받기를 바란다.

개는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서 이제는 반려견이라는 명칭을 얻으며 가족처럼 지내는 존재가 되었다. 견분곡에서 노래했듯이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타고난 충성심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영특함으로 사랑을 받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개에 관련된 여러 속담과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개 짖는 소리에 묵은 재앙이 나간다’는 속담이 유독 마음에 와닿는 연초이다. 땅의 기운이 강한 새해를 맞으며 다사다난했던 2017년의 묵었던 재앙이 물러가고 황금개가 상징하는 행운과 복이 만방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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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현 2018-01-11 19:20:55
오수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