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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밖에 난 몰라
사랑밖에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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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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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해도 ‘사랑’을 가장 자주 써왔지 싶다. 대중가요 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내다 보니 그 속뜻까지 다양하게 물었던가 보다. 나훈아는 굵고 낮게 깔리는 특유의 저음으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불렀던가. 그 이름조차 정겨운 옥분이라는 이름의 가수는 음정을 다소 위태롭게 흔들면서 향기로운 꽃보다 진한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노래했다.

끊일 듯 말 듯 허스키한 음색과 어우러져 더욱 애절하게 들렸던 장은숙의 <사랑>은 커터칼에 베인 듯 온몸이 다 쓰리고 아프다. ‘사랑은 머물지 않는 바람 무심의 바위인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어둠의 분신인가’를 묻다가 ‘세상에 다시 태어나 사랑이 찾아오면 가슴을 닫고 돌아서 오던 길로 가리라’고 어금니를 깨물며 다짐하고 있으니.

이별은 그토록 아프기만 한 걸까. ‘리별은 美의創造입니다 / 리별의 美는 아츰의 바탕(質)업는 黃金과 밤의 올(絲)업는 검은비단과 죽엄업는 永遠의生命과 시들지안는 하늘의 푸른꼿에도 업습니다 / 님이어 리별이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엇다가 우슴에서 다시사러날 수가 업습니다 오오 리별이어 / 美는 리별의創造입니다’ 만해 한용운이 쓴 <리별은 美의創造>다.

사랑 없는 이별이 어디 있으랴. 이별이 아픈 만큼 사랑도 깊었을 터,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는 우리네 어리석음이라니. 사랑이 이별이고, 이별이 곧 사랑이다. 하여, 세상 어디에도 이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만한 게 없다는 만해의 역설에 공감한다.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 몫까지 사랑하겠어요.’ 어느 카페 벽에 걸린 글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10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던 그 ‘바보’를 뜬금없이 떠올린다. 무릇 사랑이란 자식에게든 연인에게든 이웃에게든 내가 가진 것을 바보처럼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 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서 사랑밖에 난 모른다고 했던 심수봉의 노래를 여럿이 함께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새해 아침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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