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불멸의 백제
[불멸의 백제] (6)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⑥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8.01.09  / 최종수정 : 2018.01.09  22:26:17
   
“멈춰라!”

앞장선 기마군사가 소리치자 대열이 멈춰섰다. 20여인으로 구성된 대열이다. 그 중 7,8명은 말을 탔고 10여명은 말 2필이 끄는 수레에 탔다. 말을 탄 사내들은 제각기 칼을 찼거나 창을 들었는데 관리는 아니다. 그때 계백의 옆에 선 덕조가 말했다.

“노예상입니다. 주인.”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계백이 시선만 주었다. 백제에서도 신라군의 기습을 받아 아녀자를 빼앗기듯이 신라도 마찬가지다. 백제군이 기습을 해서 신라인을 납치, 종으로 파는 것이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기마대 조장인 좌군(佐軍)이 나서서 호통치듯 물었다. 칠봉산성에서 동북쪽 30여리 지점의 황야다. 계백은 좌군 지휘 하의 기마군 50기를 이끌고 영지를 순시하는 중이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햇살이 밝은 청명한 날씨, 그때 대열 앞으로 가죽 조끼를 걸친 30대쯤의 사내가 나섰다.

“예. 아남성에서 나와 사비도성으로 가는 노예상이올시다.”

아남성은 남방의 동쪽 산라와의 국경에 위치한 성이다. 사내가 말을 이었다.

“아남성에서 노예 12인을 사오는 길인데 오늘은 칠봉성에서 머물 작정이었소.”

“도시부(都市部)의 증표는 있는가?”

“물론이지요.”

사내가 저고리 품 안에서 가죽으로 감싼 증표를 꺼냈는데 역시 돼지가죽에 도시부의 허가서가 적혀 있다. 좌군이 건네준 증표를 읽은 계백이 수레에 실린 포로를 훑어보았다. 건장한 사내가 넷, 여자가 다섯, 열 살 미만의 아이가 셋이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증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내가 칠봉성주다. 성 안의 객사가 비었으니 이 길로 곧장 가도록 해라.”

“성주를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사내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노예는 아남성에서 열흘 전에 잡아온 년놈들이라 아직 손도 타지 않았습니다. 성주께서도 골라 보시지요.”

그때 덕조가 앞으로 나섰다.

“이봐. 내가 저녁때 객사로 갈 테니까 그 때 보자구.”

“장사는 뉘시오?”

“난 성주 나리 집사다.”

덕조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마침 내가 종을 구하는 중이었는데 잘 되었어.”

“내가 값을 잘 쳐 드리지요.”

둘의 수작을 듣던 계백이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자, 가자.”

문독이 정지한 기마대에 출발 신호를 보냈고 기마대가 움직였다. 백제는 상업이 발달하여 상업교육을 맡은 도시부(都市部)를 따로 두었는데 외관 10부(部) 중의 하나로 부장(部長)은 달솔이 맡았다. 그날 밤, 객사에 다녀온 덕조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인, 여종 둘을 샀소. 신라 삼현성 근처에서 잡았다는 년들인데 둘이 자매간이랍니다.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샀습니다.”

덕조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값은 금 3냥을 줬는데 연남군보다는 비싸지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인께서도 출정하실 때 꼭 포로를 챙겨 오시지요. 전리품으로는 포로가 가장 낫습니다.”

“시끄럽다.”

계백이 꾸짖자 덕조는 순순히 물러났다. 덕조는 대를 이은 종이어서 계백이 어렸을 때는 업어 키웠다. 계백에게는 형 같은 종이다. 종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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