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② 김인애 청년활동가 - '커뮤니티 밥집'서 지속가능 시골살이 꿈꿔남원 청년 10여명 모여 단체 '작은 자유' 결성 / 살래청춘식당 '마지' 중심 귀농캠프 등 다양한 활동…각자 목표 위해 잠시 문닫아 / 지역에 청년 모으려면 주거복지부터 해결돼야
김보현 기자  |  kbh768@jjan.kr / 등록일 : 2018.01.11  / 최종수정 : 2018.01.11  22:55:29
   
▲ 남원에서 활동하는 김인애 청년활동가.
 

“저짝 건너 동네에 너희랑 나이가 비슷한 또래가 산다더라.”

지리산 뱀사골로 알려진 남원 산내면. 김인애(25) 씨는 부모님을 따라 이곳에 정착한 귀농·귀촌 2세대다. 청년이 귀한 작은 농촌이기에 마을 어르신들은 흩어져 있는 젊은 피들을 훤히 꿰고 있다. 김인애 씨를 비롯해 어르신들이 짝지어준 청년 열댓 명은 자연스럽게 뭉쳐 밥 먹고, 공부하고, 놀았다. 비영리단체 ‘작은 자유’는 2014년 6월 이렇게 시작됐다.

△청년이 농촌에서 꿈꾸는 ‘작은 자유’

“저희 역시 기본소득, 주거, 취업과 여가 등 흔히 말하는 ‘청년 이슈’가 고민이었어요. 친목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 시골에서 지속가능하게 살 대안을 직접 찾아보자’는 마음이 모였습니다.”

기본소득 연구 모임부터 시골 청년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토크쇼, 전북 청년들과의 네트워크 모임, 집 없는 청년이 ‘움직이는 집’을 끌며 산내를 누비는 청년주거 프로젝트 등 해볼 수 있는 건 다 벌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이 가진 책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한뼘 책장’, 산내 청소년을 위한 진로탐색 축제 ‘내일탐험대’, 인문학 초청 강연과 음악회 등 문화·교육 활동도 활발했다. 그중 가장 크고 긴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밥집-살래청춘식당 마지’였다.

   
▲ 살래청춘식당 ‘마지’ 전경.

△청년 모두가 공감할 열정과 시도, 위기

2015년 8월 문을 연 살래청춘식당 ‘마지’는 기회가 없음을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자립과 성장의 기회를 만들려는 첫 시도였다. “청년 거점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어느덧 몇몇은 직장을 찾아 떠났거든요. 우연히 식당 자리가 비었고, 평소에도 같이 만들어 먹는 걸 좋아했으니 덜컥 식당을 하게 된 거죠. 음식과 재밌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산내 그리고 전북 안팎의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공간이요.”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기대가 컸다. 식당엔 주민들의 손길·애정이 가득했고, 농촌에 청년을 유입시킬 일종의 모범 사례처럼 알려졌기 때문이다.

살뜰히 운영했지만 어느 순간 주객전도 됐다. 메뉴 개발, 식당 서비스 등 완성도에 대한 외부 요구가 많아졌다. 끝없는 의견 충돌과 회의, 노동이 연속인 일상. 좌충우돌·고군분투의 만 2년이었다.

“ ‘마지’는 목표를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어요. 청소년들이 보고 이곳에 남을 수 있는 대안적인 모델이 됐으면 하는 야망도 있었죠. 한데 식당 운영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건강도, 사람도 챙기질 못하게 됐어요. 균형이 무너진 거죠.”

5명으로 시작해 2명이 떠났다. ‘지속가능한 대안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와는 점점 멀어지고 지친다면 식당을 계속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이어졌다.

△2년간의 ‘마지’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식당은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 하지만 ‘동정이나 실패라는 시선은 거두어 달라’다. 돈을 벌기 위해 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년 간 식당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부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각자의 막연했던 패기·열정을 구체화하게 됐다. 식당을 함께 운영했던 임고운별(23) 씨는 아동·청소년 인권상담에 관심이 높아져 관련 학업·업무를 하고 있고, 하진용(25) 씨는 남원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인애 씨는 꾸준히 강조하던 청년주거복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스스로 일궈본 경험’은 자양분이 돼 다양한 종류의 싹을 틔웠다.

끝이 아닌 과정이기에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공감대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 정담회를 마련해 주민들과 ‘마지’의 미래를 논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약하려는 발돋움에 응원을 보냈다.

거점 공간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장기적으로 ‘마지’는 산내 청년을 위한 교류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 ‘청년 주거복지’ 실질적인 정책 필요

   
   
▲ 전북청년들과 ‘청년주거프로젝트-쟝자크의 움직이는 집’을 위해 이동식 집을 만들고 있는 모습.

김 씨는 청년 귀농귀촌을 통해 대안적 삶을 찾고자 한다. ‘마지’를 운영하면서도 동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계속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토양을 함께 일굴 더 많은 친구들”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환경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집이 부족해 아무 기반 없는 청년은 지역에 들어와도 당장 살 수가 없어요. ‘작은 자유’에서 하나의 주거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해봤지만 민간의 힘으론 역부족이더라고요. 자치단체가 나서서 제도화하고 실행해야 해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마을이 처해있는 현재의 문제입니다.”

또 ‘전북 청년’이 아닌 시·군 환경에 맞게 사는 각기 다른 청년이 있음을 피력했다. 전북도청에서 간담회를 하면 전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왕복 세 시간이 걸린다. 교통편,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은 이들은 찾아가는 것부터가 노력인데,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어디야’라는 식의 이해·소통 없는 관의 태도엔 의욕이 떨어진다.

그는 “이상적인 정책보다는 ‘청년을 데려와서 어디서 재우고 어떤 일을 시켜 어떻게 인건비를 줄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고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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