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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⑬
[불멸의 백제] (13)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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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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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덕조, 기마군 조련에 열흘은 걸릴테니 집안 단속을 잘 해라.”

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말하자 덕조가 혀를 찼다.

“저것들만 없었다면 주인을 따라갔을 터인데 괜히 샀습니다.”

저것들이란 고화, 우덕을 말한다. 마침 고화는 밥 시중을 드느라고 윗목에 앉았고 우덕은 마루 끝에 서있는 참이다.

그날, 장덕 해준의 종이 고화와 우덕의 정체를 폭로한 후부터 덕조의 태도가 또 달라졌다. 둘 옆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고화가 나타나면 뱀을 본 것처럼 피했다. 지금도 멀찍이 마당에 서서 말대답을 한다. 계백이 물그릇을 들고 말을 이었다.

“성주 딸이면 정세도 알 것이고 삼현성에서 이곳까지의 지리도 익혀 놓았을 게다. 그래서 종을 시켜 기밀을 전할 수도 있을 게야.”

“그렇지요.”

눈을 치켜뜬 덕조가 마당에서 마루쪽으로 다가왔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저, 고화라는 성주 딸년이 아주 여우같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소인한테 싱긋 웃기까지 하더만요.”

“저, 미친놈.”

하고 우덕이 욕을 했지만 덕조가 목소리를 높였다.

“주인, 저, 성주 딸년을 묶어서 골방에 가둬 놓을까요? 소인이 어젯밤에도 잠을 못잤습니다.”

“왜?”

말에 끌려든 듯 계백이 묻자 덕조가 길게 숨을 뱉었다.

“아, 꿈에 저년이 나타나서 제 몸 위에 앉아있더란 말입니다.”

“이 미친놈, 몽정을 했구나.”

마침내 계백도 미친놈 소리를 했다. 포로가 되어 종으로 팔린 신라인은 도망치기가 어렵다. 특히 성안에서는 모두 얼굴을 아는터라 성밖 출입이 금지되고 성을 빠져 나간다고 해도 통행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물그릇을 내려놓은 계백이 고화를 보았다.

“이곳이 싫다면 내가 조련에서 돌아와 너희들 둘을 다른 노예상에 넘겨주마.”

자리에서 일어선 계백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 노예상이 도성의 유흥가에 팔 예정이라고 했으니 값을 잘 받을 수도 있겠다.”

“아, 잘 생각하셨습니다. 주인.”

반색을 한 덕조가 어깨를 폈다.

“그렇게 된다면 소인이 밤에 잘 자겠습니다.”

고화는 시선을 내린 채 입을 다물었고 우덕은 부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성주의 사택을 나온 계백이 청 앞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기마군 대장 장덕 해준이 다가왔다.

“나솔, 준비 다 되었습니다.”

뒤쪽으로 기마군 5백기가 정연하게 대기하고 있다. 말이 코를 부는 소리와 말굽으로 땅을 긁는 소음만 울릴 뿐이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말에 오르고는 성주대리 진광을 내려다 보았다.

“장덕, 내 집 종들을 감시해주게. 내가 종을 잘못 샀어.”

“잘 사신 겁니다.”

진광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들으니 성주 딸이 미색이라고 하던데 다시 팔아도 되실 것이오.”

옆에 있던 해준은 소리없이 웃었고 계백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번져졌다.

“전장으로 가는 자가 집안 일을 걱정하다니. 다녀와서 팔아야겠네.”

말고삐를 챈 계백이 앞장을 섰고 해준이 손을 들어 신호를 했다. 그러자 기마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봉산성의 줄기를 타고 기마군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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