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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5)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⑮
[불멸의 백제] (15)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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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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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김유신이 보낸 기마 척후군 2백기가 저쪽 백산성 앞까지 지나갔지요.”

안내역으로 따라온 무독(武督) 서준이 말했다. 서준이 가리키는 곳은 짙은 안개에 덮인 산맥이다. 이곳은 신라와의 국경에서 1백여리 떨어진 작은 강가, 오후 미시(2시)쯤 되었다. 기마군은 강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는데 칠봉성을 떠난지 이틀째, 4백여리를 비스듬히 전진해왔다. 계백이 해준에게 물었다.

“김유신의 주력군(主力軍)은 아직 북방에 있나?”

“예, 신주(新州) 근처에 있다고 하오.”

해준이 개울물을 마시면서 말했다.

“대야성까지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김유신은 이제 왕족 대우를 받는다.가야 수로왕의 12세손이며 조부가 한수유역 백제 6군을 점령하고 관산성에서 성왕(聖王)을 패사시킨 김무력(金武力)이다. 김무력은 신주군주(新州軍主)가 되었고 김유신의 부친 김서현은 갈문왕의 손녀 만명부인(萬明夫人)과 결혼하여 김유신을 낳은 것이다. 김유신은 또한 용장(勇將)이다. 강가의 바위에 앉은 계백이 문득 해준에게 물었다.

“장덕은 신라땅에 가보았나?”

“예, 작년에 1백기를 이끌고 정찰을 나갔습니다. 방령의 영을 받고 나갔지요.”

해준이 말을 이었다.

“2백리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도중에 신라군 정찰대를 만나 20기 정도를 잃었지요.”

“장하군.”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장수인데도 위험을 피하는 부류가 많다. 해준은 해씨(解氏) 일족으로 대성(大性) 8족(族) 중의 하나다. 신라는 성골(聖骨), 진골(眞骨) 왕족이 권력을 장악한 반면에 백제는 오랫동안 대성8족(大性八族)이 요직을 차지했다. 해씨도 그 중 하나다. 대성8족은 사비와 웅진시대에 두각을 나타낸 사(沙), 목(木), 연(燕), 국(國), 해(解), 진(眞), 백( ), 협( )시 일족을 말한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장덕, 나는 8족이 아니네.”

“나솔, 저도 8족의 덕을 본적이 없소이다.”

바로 말을 받은 해준이 계백의 시선을 받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이 나이에 7품으로 5년을 썩고 있지요.”

“나는 본국에 오기 전에 나솔이 되었네.”

“압니다.”

해준이 웃음 띤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나솔의 용명을 무장들은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외면했다. 본국에 온 후로 이런 대화는 처음인 것이다. 그동안 도성에서 여럿을 만났지만 이렇게 둘이 마주앉아 마음속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그것은 장덕 해준의 소탈한 성품 때문인 것 같다. 해준이 말을 이었다.

“나솔, 이번 전쟁의 목표가 대야성입니까? 아니면 당항성입니까?”

“장덕은 왜 묻는가?”

“동방군(東方軍)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그럽니다.”

“우리는 대야성을 목표로 삼으면 되네.”

윤충한테서 성동격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할 필요는 없다. 신라군을 대야성 부근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이라고 말한다면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을 썼다가 곧장 소리나는 쪽으로 돌진한 적도 있지 않은가? 전쟁은 생물(生物)이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 해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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