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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9)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19)
[불멸의 백제] (19)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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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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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첨병이 잡아온 신라인은 삼현성 안에서 그릇 장사를 하는 가섭이라는 사내였다. 가섭은 성 밖에 사는 장모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몰래 빠져 나왔다가 잡힌 것이다. 한낮, 이곳은 삼현성에서 40여리 떨어진 강가, 계백의 정찰군(軍)은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성주께서 들으셔야겠소.”

강가 바위에 앉아있는 계백에게 해준이 고덕(固德) 호성과 신라인 포로까지 데리고 다가왔다. 해준의 표정이 굳어져 있다. 신라인을 계백 앞에 꿇린 해준이 말을 이었다.

“이놈 문초를 하다가 성안 사정을 알게 되었소. 들어보시지요.”

해준의 눈짓을 받은 호성이 신라인에게 물었다.

“다시 말해라, 성주가 갇혔다구?”

“예, 신임성주 죽성의 지시로 사택에 감금되었습니다.”

사내가 두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계백을 올려다 보았다. 30대쯤의 사내로 잡히다가 다쳤는지 이마가 조금 찢어져서 피가 배어나온다. 호성이 다그쳤다.

“왜 감금 당한 거냐?”

“예, 다퉜다고만 들었습니다.”

그때 계백이 사내에게 직접 물었다.

“왜 신임성주가 온 거냐?”

“예, 성주 딸이 백제군에게 잡혀갔다는 소문이 났는데 그것을 군주(軍主)께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그순간 해준과 호성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신임성주가 온 이유를 묻지 않았던 것이다. 계백이 지그시 사내를 보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예, 가섭입니다.”

“너는 장모한테도 효자 노릇을 하는구나. 장하다.”

난데없는 칭찬에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곧 눈이 벌겋게 되었다.

“예, 장모는 제 어머니나 같습니다.”

“장모가 병이 나서 성을 빠져나왔어?”

“예, 장군.”

“약을 가져가는 길이냐?”

“예.”

“약이 어디 있느냐?”

“잡혀서 뺏겼습니다.”

그때 호성이 말했다.

“보따리에 약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다시 물었다.

“새 성주는 어떤 놈이냐?”

“예, 군주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전(前) 성주는 어떠냐?”

“예?”

입안의 침을 삼킨 사내가 계백을 보았다.

“백성들에게 잘 해줬습니다.”

“정직하게 말해라. 넌 죄가 없다. 돌려 보내줄테니 정직하게만 말해라.”

“예, 전(前) 성주가 가야 사람이어서 그런지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진궁이지?”

“예, 장군.”

“새 성주는 진골 왕족이겠구나.”

“예, 장군.”

“삼현성 군사들 중에 가야인들이 많지?”

“열명에 일곱명은 가야인이지요.”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그릇장수 가섭에게 물었다.

“네가 전(前) 성주 진궁에게 내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느냐? 물론 새 성주나 군사들이 모르게 말이다.”

“전해 드리지요.”

대번에 말한 가섭의 두눈이 번들거렸다.

“장군, 믿으십시오.”

“네 장모에게 약은 우리가 전해주마.”

계백이 말을 이었다.

“네 장모는 우리가 준 약을 먹고 살아날 것이다.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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