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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2) 2장 대야성 ①
[불멸의 백제] (22) 2장 대야성 ①
  • 기고
  • 승인 2018.0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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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하산성 성주는 7품 장덕(蔣德) 벼슬의 정욱. 30대 중반의 정욱이 계백을 청의 상석에 앉히고는 인사를 했다.

“방령이 보내신 전령의 전갈을 받고 지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대야주(州)를 휘젓고 다녔기 때문에 이곳 하산성에도 신라 정찰대가 기웃거리게 될 것이오.”

계백이 말을 이었다.

“그들도 정찰대를 보내 백제령을 휘젓고 다닐 가능성이 있소.”

“대비하겠습니다.”

저녁 시간이어서 곧 청안으로 저녁상이 들여져 왔다.

“전시(戰時)라 차린 것이 변변치 않습니다.”

정욱이 장수들을 접대하면서 말했다.

“작년에 신라군이 성 앞에서 백제군을 유인해가는 바람에 성주가 전사하고 군사 2백여명이 전사했습니다.”

장수들의 시선을 받은 정욱이 말을 이었다.

“다행히 성을 빼앗기지 않았는데 그 후부터는 방령의 지시로 하산성 군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오면서 보니까 성 앞 10리 지점의 골짜기가 매복하기 좋습디다. 거기에서 성주가 죽었소?”

“바로 그곳입니다.”

정욱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신라군 5백이 매복하고 있었지요. 성주는 적을 쫓다가 함정에 빠진 것이오.”

하산성에는 보군 5백에 기마군 3백이 주둔하고 있었으니 기마군만 당했을 것이다. 국경은 모두 전장(戰場)이어서 이야깃거리가 없는 곳이 없다. 오랜만에 백제땅으로 들어온 기마대는 마음을 놓고 환담했다. 전장(戰場)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웃음소리도 가끔 들렸다. 다음날 저녁 무렵에 계백의 기마대는 칠봉성으로 들어왔다. 열이틀만의 귀환이다.

“주인, 포로는 잡으셨습니까?”

계백이 관저로 들어오자마자 덕조가 물었다. 여종 신분인 고화와 우덕이 뒤에 서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안 잡았다.”

마룻방으로 들어서는 계백의 등에 대고 덕조가 다시 묻는다.

“삼현성 앞은 지나셨습니까?”

“시끄럽다.”

기마군 5백을 이끌고 온 터라 곧 소문이 날 것이다. 굳이 입막음을 할 필요도 없다. 계백이 씻고 방에 앉았을 때 곧 저녁상을 든 우덕과 물병을 든 고화, 그 뒤를 덕조까지 따라들어왔다.

“주인, 남방에서 전쟁이 일어납니까?”

방문 앞에 앉은 덕조가 불쑥 물었으므로 수저를 든 계백이 웃었다.

“동방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 수십 년간 사방이 다 전쟁이다.”

“큰 전쟁 말입니다.”

“그건 모른다.”

계백의 시선이 상 옆쪽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고화를 스치고 지나갔다.

“삼현성주가 바뀌었더구나.”

놀란 고화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냈고 우덕은 눈을 치켜떴다. 입안의 음식을 삼킨 계백이 외면하고 말했다.

“딸이 포로로 끌려갔다는 것을 대야군주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더군. 새 성주가 왔고 전(前) 성주는 자택에 연금되었다.”

“얼씨구.”

덕조가 손바닥으로 문지방을 쳤다.

“대야군주 김품석이가 아주 빌어먹을 놈이구나. 충신을 가두다니, 나쁜 놈.”

이것이 바로 웃으면서 뺨을 치는 수작이나 같다. 그때 고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았고 우덕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쳤다. 그것을 본 덕조가 말했다.

“이제 이것들이 백제 자식들을 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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