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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3) 2장 대야성 ②
[불멸의 백제] (23) 2장 대야성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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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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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그림 권휘원
 

그때 상을 물린 계백이 말했다.

“모두 물러가고 고화만 남아라. 할 이야기가 있다.”

“저두요?”

덕조가 물었다가 계백의 표정을 보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일어섰다. 아직도 얼굴을 부풀린 우덕이 상을 들고 덕조와 함께 방을 나가자 둘이 남았다. 계백이 정색하고 고화를 보았다.

“김품석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야. 네 아비가 잘못한 거다.”

고화는 방바닥만 보았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네가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의심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겠느냐? 넌 백제 첩자라고 해도 해명할 길이 없다.”

“……”

“방법은 있지.”

계백이 머리를 숙인 고화의 콧등을 향해 말을 잇는다.

“네 아비가 신라의, 아니, 김품석의 등을 찌르는 방법이다.”

그때 고화가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고화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빙그레 웃었다.

“왜? 반역을 떠올리느냐? 배신? 누구한테 반역이고 배신이냐?”

고화가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고 얼굴이 붉어졌다가 곧 희게 굳어졌다.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 조상은 가야국 가야인이다. 신라에 병합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가야국 호족 중에서 신라국 고위직에 오른 인물은 내가 알기로 김유신뿐이다.”

“……”

“김유신의 수단이야 능란하지. 조부, 부친이 왕족과 혼인을 한데다 김유신 본인도 김춘추의 옷자락을 일부러 밟아서 끈을 뗀 다음 제 여동생에게 바느질을 시켰다지 않느냐?”

“……”

“그래서 진골 김춘추에게 제 여동생을 넘겨주고 나서야 안심을 했는가?”

“……”

“네 아비는 김품석의 옷자락을 밟을만큼 수단이 없었나보다.”

그때 어금니를 문 고화가 눈을 치켜떴다. 눈에 물기가 고여 있었기 때문에 눈이 번들거렸다. 그것을 본 계백이 다시 쓴웃음을 짓더니 품에서 접혀진 편지를 꺼내 고화 눈앞에서 흔들었다.

“이건 네 아비가 너에게 쓴 편지다.”

고화의 시선이 편지에 빨려든 것 같았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네 아비에게 너를 데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할말이 있으면 적어 보내라고 했더니 이걸 보냈다.”

“주세요.”

고화가 겨우 말했을 때 계백이 머리를 저었다.

“보여주지 않겠다.”

“보여주세요.”

“너에게 잘 살라는 내용이야.”

“보여주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금화 세냥이 아깝기 때문이야.”

고화가 숨을 들이켰고 계백이 다시 편지를 가슴에 넣었다. 그때 고화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버님은 목숨을 끊으실 작정이시군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래서 제가 따라 죽을까봐 걱정이 되시는군요.”

“이 편지는 나중에 보여주마.”

“저, 아버님을 빼낼 수 있어요.”

불쑥 고화가 말했기 때문에 계백이 심호흡을 했다. 그때 고화가 말을 이었다.

“그래요. 개죽음을 할 필요는 없지요. 이대로 죽기는 억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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