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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지역이 내놓은 답은] (상)한국 독립영화 현실 - "한국영화 고른 발전 위해선 지역 상영관·영화인 키워야"
[독립영화, 지역이 내놓은 답은] (상)한국 독립영화 현실 - "한국영화 고른 발전 위해선 지역 상영관·영화인 키워야"
  • 김보현
  • 승인 2018.02.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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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자본논리에 밀려 배급망 확보 어려워 / 중앙·대기업 위주 영화산업 구조부터 바꿔야 / 지역 맞춤 정책·영진위 사업도 세분화 필요
▲ 극장 개봉을 위해 1년 반 넘게 배급사를 찾았지만 ‘배급 투자액을 넘는 수익을 낼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약 20곳 배급사 모두 거절당했다는 영화 ‘스타박스 다방’스틸컷. 이 영화 제작자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독립영화가 자본 논리에 따라 개봉관을 잡기 힘든 현실 등을 토로했다.

“극장에게 버림받은 느낌. 이게 독립영화의 현실입니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상영관 확보의 어려움과 관심 부족’을 호소했다.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지만 최근 개봉한 독립영화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편지와 청원글을 보내면서 이슈가 재점화됐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 독립영화의 집’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독립영화 중심지를 꿈꾸는 전주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이슈에 대한 전주 영화인들의 반응과 전주 독립영화계의 현실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 어렵게 만든 영화가 극히 적은 상영관 수와 상영 횟수로 스크린에서 내려질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극장 개봉을 위해 1년 반 넘게 배급사를 찾았지만 ‘배급 투자액을 넘는 수익을 낼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약 20곳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전국 32개 개봉관이 잡혔지만 그마저도 상영 시간은 오전 7시가 아니면 자정 이후입니다. 이건 관객들이 오기 힘든 시간, 상영 의미가 없는 시간대입니다.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에 가 봤더니 포스터는커녕 전단지도 없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모두 창고에 놓고 뜯지도 않았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멀티플렉스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입니다. 이게 저예산 독립영화의 현실입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지난달 개봉한 독립 장편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제작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 올린 청원글이다. 익명의 영화 관계자는 상업영화에 비해 대중성이 적은 독립영화가 자본 논리에 따라 개봉관을 잡기 힘든 현실을 토로하고, 직접 경험한 상업영화의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과점 폐해를 밝혔다.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 ‘비밥바룰라’, ‘1급기밀’도 비슷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화제가 됐다.

이번 기회로 한국영화산업 속 독립·작은 영화의 위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한국영화 진흥 종합계획(2016-2018)을 새로 수립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먼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안에서 독립·작은 영화와 상업 영화 간 최소한의 출발선은 맞춰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금시간대에는 대규모 상업 영화나 자사 투자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성 영화(상업영화와 대비되는 작품성 위주의 소규모 저예산 영화)는 ‘스타박스 다방’의 사례처럼 남는 시간대에 배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투자·상영을 동시에 하지 못하게 투자사·배급사·상영사 등을 분리하고 스크린 점유 상한선을 만드는 방안이 2016년, 2017년 영비법 개정안으로 발의됐다.

하지만 자본논리에 따른 상업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영화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병원 동의대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전임연구원(전 전북대 인문영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영화산업의 지방분권화’에서 찾았다.

전 전임연구원은 “한국 영화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듯 지역의 상영관과 영화인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산업이 철저하게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창작·수요는 전국에 퍼져 있다. 수도권, 한정적인 지역의 독립영화 전용관에서는 자본 논리에 의해 밀려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지역에서 대안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어서 토대를 넓혀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중이 다양한 문화를 누릴 권리로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현재의 한국 영화산업 구조로 낼 수 있는 수입은 정점, 그리고 정체에 왔다. 지역 영화 산업을 살리는 것, 새로운 각도에서 영화 산업을 바라보는 게 발전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지역별로 다양성 영화 상영관이 늘어나고 이러한 상영관을 중심으로 독립·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지역 배급사도 생겨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 안팎의 독립영화인들은 “지역 영화를 창작·유통·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이 생겨야 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도 지역 현황을 고려해 세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관람료 안에 포함된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3%. 지역에서 거둔 기금은 지역별로 분배하자’는 급진적인 제안도 나왔다. 기금이 지역으로 분산되면 영진위의 나머지 사업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데 이는 수동적인 자세이고,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영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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