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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5) 2장 대야성 ④
[불멸의 백제] (25) 2장 대야성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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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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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 시간에 계백은 남방(南方) 방성(方城)인 고산성에서 방령 윤충과 마주앉아 있다. 오늘도 배석자는 방좌 연신이다. 계백으로부터 정찰 보고를 들은 윤충이 입을 열었다.

“김유신이 보기당 군사 3만을 이끌고 신주(新州)로 북상하고 있어, 놈들은 우리가 당항성을 노리고 있는 것을 예상한 것 같다.”

윤충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대왕께서는 김유신을 북쪽에 잡아두실 계획이시다. 그러려면 동방군(東方軍)과 함께 계속 사냥을 다니셔야겠지.”

“방령, 그러시면…”

긴장한 계백의 표정을 본 윤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솔, 그대가 선봉이 되어야겠어.”

“목표가 대야성이 되었다는 말씀입니까?”

“김유신이 북상하고 삼천당, 귀당 군사가 대왕의 뒤에 붙었어.”

“……”

“성동격서(聲東擊西)를 노렸는데 소리가 덜 난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는 대야성을 친다.”

“방령께서 주력군을 이끄시게 됩니까?”

“그렇다. 내가 중방군(中方軍) 2만을 지원받아 4만 5천으로 대야주를 공략한다.”

윤충이 굳어진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나솔, 그대에게 선봉군 3천을 맡기겠다.”

“과분합니다.”

“칠봉성 주변에 군사를 주둔시킬 수 있나?”

“칠봉산성 아래로 강이 흐릅니다. 기마군이 숙영하기에 적당합니다.”

“그럼 한달 후에 기마군 2천 5백을 보내겠다.”

“예. 방령.”

허리를 편 계백이 윤충을 보았다.

“방령, 제가 산 종이 대야주의 삼현성주 딸이었습니다.”

눈만 껌벅이는 윤충과 연신에게 계백이 진궁의 편지를 받아온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말을 마친 계백이 진궁의 편지를 윤충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삼현성주 진궁이 딸에게 보낸 편지인데 제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읽은 윤충이 연신에게 넘겨주면서 웃었다.

“이놈이 가택 연금 상태라니 이 편지를 쓰고 자결을 했을 것 같다.”

윤충이 말을 이었다.

“가야인들은 성골, 진골에 밀려 요직에 오르지 못했지. 김유신 하나만 기를 쓰고 있는 형편 아닌가?”

그때 편지를 읽은 연신이 말을 받았다.

“나솔, 이 편지를 딸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잘 했네. 보여주었다가 종 하나만 잃을 뻔 했네.”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윤충이 묻자 계백이 말을 이었다.

“성주 진궁이 다른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뭔가?”

“죽지 않고 사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윤충이 눈을 가늘게 떴다. 윤충은 45세, 대성8족은 아니지만 무왕(武王) 때부터 신임을 받아 요직에 중용되었다. 윤충의 형 성충은 병권(兵權)을 장악한 병관좌평이다.

“그놈, 삼현성주가 반역을 할까?”

“이제 딸까지 버리고 홀몸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내키는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계백의 말에 윤충이 풀석 웃었다.

“나솔, 적과 대치했을 때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보았는가?”

“예, 방령.”

“나솔이 그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신임성주가 진골 왕족으로 김품석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윤충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말을 이었다.

“저라면 김품석을 쳐서 가야인의 기상을 보이겠습니다. 그래야 남은 가야인이 무시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편지에도 그런 기운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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