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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지고 신명나게 산 전라도 1000년
옹골지고 신명나게 산 전라도 1000년
  • 문민주
  • 승인 2018.02.09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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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출신 김화성·안봉주 씨, 〈전라도 천년〉 펴내 / 기원부터 인물·자연 등 소개…제주도 역사도 다뤄
▲ 눈 덮인 호남평야에 파릇파릇 올라오는 보리 싹.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줄기찬 생명력. 이 생명력은 지나온 전라도 천년(1018~2018년)을 살아온 버팀목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전라도 천년(2018~3018년)을 꽃피울 소중한 밀알이다.

“전라도 땅을 생각합니다. 쪼글쪼글 썰물에 드러난 서해 갯벌 같은, 자식들 키우느라 시들어진, 늙은 어머니의 거무튀튀한 젖꼭지 같은, 뒤란 바람벽의 말라비틀어진 무청 시래기 같은, 시어 꼬드러져 하얀 더께가 내려앉은 대숲 땅속 항아리의 묵은지 같은….” (본문 ‘전라도의 탄생’ 중에서)

저자는 누가 ‘전라도’라는 말만 해도 가슴이 짠해지고, 콧잔등이 시큰해진다고 말한다. 이 땅의 역사에서 ‘야지(野地)’로 인식된 전라도. 그래서 전라도는 늘 ‘변방의 우짖는 새’로 때로는 꺼이꺼이 울며, 징하고 모질게 살았다. 때로는 들불처럼 타오르며, 석양을 벌겋게 물들이고 사라져갔다. 나름대로 옹골지고 신명 나게 산 1000년이었다.

<전라도 천년>은 전라도 탄생 1000년을 맞이해 전라도의 기원부터 전라도가 탄생시킨 인물, 흥 넘치는 지역민의 삶, 전라도 자연의 신비로움 등을 한 권에 담아 소개한 책이다. 전라도 출신 저자의 흡입력 있고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000년의 역사가 정리된다. 또 찰나의 순간을 담은 농밀한 사진 덕분에 전라도를 직접 찾아 나선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역사적 사료와 사진 자료를 함께 제시해 당시 중심인물과 사건이 탄생한 배경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은 총 다섯 분야로 구성했다. 지금은 행정상 분리된 제주도까지 포함한 전라도 전역의 역사적 이야기를 묵직하면서도 현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저자는 ‘전라도’라는 어원의 기원부터 짚는다. 전라도는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당시 호남의 큰 고을이었던 전주와 나주의 첫 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자연스레 ‘왕의 도시’ 전주와 ‘선비의 고을’ 나주의 역사, 자연, 문화, 생활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차별의 역사를 간직한 전라도는 개혁과 혁명의 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부패한 권력층을 향해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인물들을 소개한다.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정여립의 활동, 실학 사상가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의 유배길, 녹두장군 전봉준의 활동과 최후, 동학접주 차치구와 그 후손들의 활약상을 현장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또 이 책에는 생의 마지막까지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하는 등 흥 많은 삶을 살다간 동리 신재효처럼 전라도 지방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들의 삶이 실려 있다.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불린 창암 이삼만, 조선 후기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 ‘뿌리깊은나무’ 발행인 한창기 등이다.

전라도 토박이말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긍게 말이여~” “거시기” 등 단어의 다양한 활용법을 특유의 재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전라도뿐만 아니라 변방 중의 변방이던 제주도의 역사와 함께 제주살이의 묘미도 소개한다.

글을 쓴 김화성 씨는 전북 김제 출생으로 대학생 때 ‘대학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청 시절을 거쳤다. 2015년 동아일보에서 33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대학, 기업연수원, 각종 단체 등에서 강연 활동 중이다. <한국은 축구다>, <책에 취해 놀다>, <음식 인문학 꽃밥>, <전주에서 놀다> 등 10여 권의 책을 썼다.

사진을 찍은 안봉주 씨는 전남 광양 출생으로 전라일보 사진부 기자로 입사해 전북사진기자회 회장, 한국사진기자협회 지역회장을 지냈다. 2017년 전북일보에서 30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쳤다. 개인전 2회(1990·2013년), 그룹전 8회를 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우석대 겸임교수, JB영상문화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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