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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0) 2장 대야성 ⑨
[불멸의 백제] (30) 2장 대야성 ⑨
  • 기고
  • 승인 2018.02.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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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전택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는 깊은 밤, 자시(12시)가 지났을 무렵이다. 고향에서 친척 상(喪)을 당했다면서 엿새 동안 비번 허가를 받고 계백을 만난 것이다. 오늘이 엿새째, 신임 성주 죽성에게 신고까지 마치고 진궁에게 다시 숨어 들어왔다.

“고화를 만났고 계백까지 만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택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계백은 바다 건너 백제령 담로인 연남군 출신 무장으로 24세, 상처하고 혼자 삽니다. 의자왕이 즉위 후에 담로의 무장들을 많이 데려왔는데 계백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택은 계백에 대해서도 알아본 것이다.

“계백은 건장한 체격에 중후한 성품을 지닌 것 같았습니다. 고화를 당장 손님으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역이야.”

불쑥 진궁이 말했기 때문에 전택은 숨을 들이켰다. 굳어진 전택의 표정을 본 진궁이 빙그레 웃었다.

“반역이 성공하면 임금이 된다네.”

“성즉군왕이요, 패즉역적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가야인으로 돌아가 반역을 하겠네. 그대는 어쩔 텐가?”

“따르지요, 당에서도 무시를 받는 여왕의 졸개가 되지 않겠습니다.”

진궁이 다시 웃었다.

“나는 자식의 생사에 연연하는 부모로 죽겠어.”

“같이 가십시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결의(決意)다.

남방방령 윤충이 계백과 마주 앉았을 때는 신시(오후 4시) 무렵이다. 계백이 방성(方城)인 고산성까지 호위 기마군 3기만 이끌고 달려온 것이다. 청 안에는 방좌 연신까지 셋 뿐이었는데 계백의 보고를 들은 윤충이 목소리를 낮췄다.

“내막을 들으니 함정은 아닌 것 같다. 대야성이 내부에서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삼현성보다 진궁을 이용하여 대야성을 공략하도록 해야 될 것입니다.”

“그렇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윤충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기회를 삼현성 하나와 맞바꿀 수는 없지.”

“삼현성에서 대야성까지는 1백리 정도이고 그 사이에 성이 4곳이 있습니다.”

방좌 연신이 청 바닥에 펴놓은 지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모두 요지(要地)에 박혀 있어서 삼현성을 함락시킨다고 해도 대야성까지 간다면 병력과 시간 손실이 클 겁니다.”

머리를 끄덕인 윤충이 계백을 보았다.

“나솔의 의견을 듣자.”

“삼현성은 놔두고 대야성을 직접 공략하는 것입니다. 진궁을 앞세워 신라군으로 위장할 수도 있고 진궁에게 성문을 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

윤충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대야성부터 떨어뜨리면 머리 잃은 뱀꼴이 되겠지.”

“나솔의 방법이 적합합니다. 다만 은밀히 거행되어야지 잘못되면 망합니다.”

“그럼 결정했네.”

정색한 윤충이 계백을 보았다.

“나솔이 추진하되 선봉군 4천을 응용하도록, 내가 1천을 더 증원시켜주겠네.”

“예, 방령”

“내가 대왕께 보고하도록 하지, 철저히 기밀을 지키도록 하고 나에게 수시로 보고하도록.”

이제 대야성 공략의 첫 발이 내디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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