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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3) 2장 대야성 ⑫
[불멸의 백제] (33) 2장 대야성 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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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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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동방군(東方軍)과 함께 북쪽의 신라 신주(新州)를 겨냥하고 무력시위를 하던 의자왕의 진막 안이다. 이곳은 백제 북방(北方)의 우측 끝, 상진성에서 20여리 떨어진 산기슭, 앞쪽 벌판에는 백제군 2만5천이 포진하고 있어서 인파로 자욱하게 덮였다. 오후 유시(6시) 무렵, 진막 안에는 상석에 의자왕이 앉았고 좌우로 병관좌평 성충, 동방방령 달솔 의직 등 대장군급 무장들이 둘러서 있다. 그리고 의자왕을 바라보는 정면에 나솔 계백이 서있다. 계백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옷이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다.

“나솔, 왔느냐?”

의자가 웃음 띤 얼굴로 계백을 맞았다.

“예, 대왕.”

계백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40이 넘어 왕위에 오른 의자는 20대 중반인 계백에게 아버지뻘이다. 더구나 무장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군주에게 목숨을 바치는 법. 의자에 대한 계백의 충성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대왕의 전령으로부터 호출을 받은 계백은 칠봉성으로부터 이곳까지 5백여리 길을 만 하루만에 달려온 것이다. 도중의 성(成)에 들려 말을 바꿔탔지만 잠은 잠깐씩 길가에서 잤을 뿐이다. 그때 의자가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나솔하고 나눌 이야기가 있다. 병관좌평과 동방방령만 남고 물러가도록 하라.”

그러자 순식간에 진막이 비워졌고 안에는 의자와 성충, 의직, 계백만 남았다. 의자가 계백에게 물었다.

“대야성은 난공불락인데다 김춘추, 김유신의 권력 기반이 되는 성이다. 더구나 대야주 42개 성의 중심이다.”

의자의 두 눈이 번들거렸고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솔, 삼현성주의 모반이 확실하느냐?”

바로 이것 때문에 의자가 계백을 부른 것이다. 남방방령 윤충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의자가 계백에게 직접 확인하고 있다.

“대왕, 가야인의 반발은 확실하나 삼현성주의 투항은 아직 믿기 어렵습니다.”

“어허.”

예상 밖의 대답인지 의자가 탄식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버릴 것이냐?”

“아닙니다.”

계백이 머리를 들고 의자를 보았다.

“소장이 그 기회를 잡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그때 병관좌평 성충이 나섰다.

“나솔이 그 함정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잡겠다는 말인가?”

“예, 좌평.”

머리를 끄덕인 성충이 의자를 보았다.

“대왕, 나솔의 방법이 낫습니다.”

의자가 지그시 계백을 보았다.

“자세히 말해보아라.”

“소장이 변복한 군사들을 이끌고 삼현성주의 뒤를 따라 대야성에 진입하겠습니다.”

“말하라.”

“진입한 후에 성문을 열면 기다리고 있던 백제군이 성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옳지.”

의자가 시선을 준 채로 말을 이었다.

“만일 함정이라면 너와 네 부하들만 당하게 되겠구나.”

“예, 대왕.”

“대야성에는 1만이 넘는 군사가 있다고 한다. 너는 군사 몇 명을 이끌고 가겠느냐?”

“3백이면 성문 하나는 장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왕.”

“3백이면 너무 적지 않느냐?”

“성문 하나를 장악하기에는 적당합니다, 대왕.”

“내가 네 아비를 알지.”

불쑥 의자가 말했기 때문에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의자가 초점이 멀어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내가 연남군에 갔을 때 네 아비하고 같이 사냥을 했다. 네 아비는 명궁이었다. 충신이었지.”

“황송하오.”

계백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대왕한테서 아비 칭찬을 받는 것이 바로 가문의 영예다. 특히 대왕을 위해 싸우다가 전사했을 경우에는 더욱 감개가 무량해진다. 그래서 대(代)를 이은 충성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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