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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
  • 김재호
  • 승인 2018.02.21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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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가 지난 13일 배임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일간지 전 주필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시킨 사건이다. 기자로서 의무를 저버렸으며 편집인으로서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엄벌에 처한다고 거창하게 판결문을 내놓았지만 일부만 유죄로 안정하고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것은 국민 법감정은 물론 촛불 민심에도 반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648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다.

한겨레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저버린 행위’ ‘주필이라는 지위를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한 사례’라며 “언론계 전체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 역할에서 벗어난 적은 없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기소와 1심 판결이 세상에 남긴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형의 세태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힘없는 기레기는 콩밥 먹이고, 힘있는 기레기는 배려하니 말이다.

재판에서 드러난 전 주필의 범죄는 화이트칼라범죄의 전형이다. 야누스의 얼굴이다. 겉으로 세상의 정의란 정의는 모두 자신이 세운다는 듯 멋지게 사설과 칼럼을 썼지만, 실상은 대기업과 로비꾼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쓴 글이 수두룩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만나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청탁을 하고, 능력도 안되는 자신의 인척을 대우조선해양에 청탁 입사시켰다. 1심 재판부가 남사장과 고사장 관련 배임수재 혐의를 무죄라고 했지만, 이재용 항소심과 최순실 1심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한 것처럼, 항소심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이명박도 박근혜 빰치는 고수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MB기소는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세상이 이럴진대 일개 신문사 주필 따위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는 말인가 싶었을까. 약인지 똥인지 가리지 않은 채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그랬을까. 언론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나아가 반성은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대중을 향해 장난질 치고, 언론계에 분탕질 일삼는 ‘내부자들’을 솎아 퇴출시켜야 한다. 곧, 언론이 살 길이다. 비리는 감춰지는 게 아니다. ‘나는 그와 같은 부류가 아니다’라고 끝까지 우겨도 세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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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2018-02-21 00:24:18
전북일보에도 한분 계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