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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의 '찰나의 시간'
무용수들의 '찰나의 시간'
  • 문민주
  • 승인 2018.02.2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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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선 현대무용단 20주년 / 영상·사진전 '여정' 마련 / 22~28일 우진문화공간서
▲ 강명선 현대무용가.

무용가이자 기획자, 평론가로 살아온 20년. 현대무용가 강명선 씨는 1999년 현대무용 불모지였던 전북에서 ‘강명선 현대무용단’을 창단해 꾸준히 신작을 발표하고, 무용가를 배출해왔다. 그는 안무뿐만 아니라 무대미술, 조명, 의상 등을 일일이 책임졌다. 그는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했다.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그는 지난 날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대극장을 고집하는 교만한 마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초심자(初心者)와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열정과 노력이 만든 모습이었다.

이 마음을 담아 강명선 현대무용단 창단 20주년을 기념한 색다른 기획을 준비했다. 무대가 아닌 전시장에서 영상·사진전을 하는 것. 20년 동안 그와 함께 걸어온 단원들을 담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부산 해운대, 제주 성산포, 부안 로하스펜션과 휘목미술관에서 자연과 바다를 배경으로 공연했다. 이 모습을 영상작가 탁영환 씨가 영상으로, 사진작가 김종선 씨가 사진으로 촬영했다.

강 대표는 창단 20주년을 준비하면서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무용가가 극장 속 관객과의 교감만으로 그 성과와 명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춤의 자유로움을 스스로 가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일. 틀에 박힌 형식과 관습을 타파하고자 로마의 신전이나 자연의 바닷가 등으로 무대를 확장한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의 도전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동안 무용가들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무대미술, 음악, 의상 등을 통해 관객에게 ‘공간 밖’ 이미지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이 ‘공간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공간 밖’으로 나가자 무용은 더 자유로워졌다. 석양 앞에서 조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눈앞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를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일만이 남겨졌다.

강 대표는 “인간의 신체를 매개체로 무대라는 공간에서 찰나의 시간을 쌓아가는 작업은 매우 창조적이고 아름답지만, 언제부터인지 ‘시간과 공간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게 됐다”며 “그 답의 끝에는 무용이 다른 예술 장르와의 끝없는 실험과 만남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춤으로 모든 걸 말하려 욕심부렸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면서 다시 비워내기 위한 긴 여정(旅程)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강명선 현대무용단 창단 20주년 기획전 ‘여정’은 22일부터 28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주를 시작으로 익산, 부안에서도 기획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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