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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눈빛의 농촌 이방인'외국인 농업연수생
'검푸른 눈빛의 농촌 이방인'외국인 농업연수생
  • 전북일보
  • 승인 2004.03.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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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구멍'에 비유되는 극심한'취업난'못지 않게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곳이 있다. 농촌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농에 따른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농촌의 인력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일손 부족현상은 절대인력의 부족이 원인이라기 보다는 농사일이 3D업종으로 치부되는 기피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농촌 붕괴마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나 둘 떠난 농촌의 빈자리. '텅'비어 휑한 느낌마저 드는 그 곳에 '반가운'사람들이 찾아들었다. 일은 고되지만 일한 만큼 돈을 벌수 있다는 소박한 꿈 하나로, 이역만리 먼 이국땅에서 한국행을 택한 검푸른 눈빛의 외국인들. 일손 걱정에 시름해야했던 농가에 숨통을 트여주며'작은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농가들도 말이 통하지 않고, 일은 서툴지만 늘 고마울 뿐이다.



정부가 농촌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외국인 농업연수생제'에 따라

지난 12월 도내 7개 시군 12개 농가에 투입된 외국인은 38명. 이들은 모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용병 농부'다.

가장 많은 농업연수생이 배치된 김제시 백산면 수록리의 한 버섯재배농장. 처음 연수생이 배치될 때만 해도 10명이었던 이곳에는 현재는 7명 뿐이다. 당시 해묵은 인력난 해소를 기대하며 외국인들을 반겼지만, 잇단 연수생 이탈로 조금은 움츠러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일하는 동안은 모두가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언제 떠날 지는 모르지만.

수도 타슈켄트에서 '치공사'로 일하다 이곳에서 생소한 '균긁기'작업에 하루가 바쁜 아미르(Amierbek·34). 3개월 밖에 안된 낯선 한국 생활에 아직 말이 더디다. 나이를 묻자 못 알아듣던 아미르는 아이 다루듯 '몇살'이란 질문에 겨우 손가락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하지만 가족 얘기를 꺼내자 '보고 싶어요'란 말이 꽤 또랑또랑하다. 까다로운 발음 때문에 이름 부르기 조차 힘들어 농장에서 '나자'로 불리는 바띠아르(Bahtier·31)는 늘 의욕에 찬 웃음이 매력적이다. 이방인들로 꽉찬 농장의 낯설음도 금새 날려 보낸다.

다 자란 버섯을 다듬거나 포장하는 다소 간단한 일들은 '아줌마'들이 맡는 대신, 외국인은 무거운 물건을 지게차로 실어 나르거나 기계를 다루는 다소 힘이 부치는 일을 주로 한다. 이들이 맡게 된 일은'원하든 원치 않든'주어진 게 아니다. 모두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농장 직원 정순욱씨(32)는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굵직하고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힘들다'고 내색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일과는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6시면 끝난다. 쉬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갈 곳도 없는 이들에겐 기숙사가 곧 휴식처다. 농장의 한켠, 조립식 건물 2층에 꽤 널다란 방이 이들의 기숙사. 툭 터진 방안에 살림은 TV, 전화, 그리고 이불 뿐이다.

한달 월급은 고작 65만원. 이중 생활비 정도만을 뺀 나머지 돈을 모두 송금하고 있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큰 돈이다. 이 때문에 고된 일도 늘 즐겁다. 가족 생각에, 10만원도 안되는 생활비는 거의 국제전화요금으로 고스란히 나간다. 농장에서는 '먹을 거라도 잘 먹어야 된다'며, 아직 한국 음식이 낯선 이들 외국인에게 아예 재료를 구해다줘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전주 북쪽 끝머리, 김제와 경계하고 있는 남정동의 한 개인 농장. 규모가 상당한 이곳 역시, 부족한 일손을 대신한 외국인 농부 2명이 매일같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새벽 5시30분. 이른 시간, '밥달라'고 아우성하는 돼지 소리에 깨 부랴부랴 양손에 사료를 쥐고 축사를 향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크마드(Akhmad·46)와 압두라흐만(Abdurahman·32).

나이 차는 크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가고 있는 단짝 친구다. 일하면서 줄곧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껏 여유를 부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직이 농부였던 탓이다.

이들은 한달에 이틀 주어진 휴일을 마다하고, 1시간으로 정해진 아침과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늘려 대신하기로 했다. 농장주인인 임남희씨(64)는 "마땅히 일할 사람을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닌데다 웃돈을 줘

사람을 데려와도 몇 달을 참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이들 연수생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은 있지만 열심히 일해줘서 너무도 고맙다”고 말한다.

어김없이 월급날이 다가오면,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도 잠시. 또다시 고된 일은 이어지지만,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순간만큼은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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