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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현실과의 동일시
[오목대]현실과의 동일시
  • 전북일보
  • 승인 2004.04.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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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이 원작과 다르게 묘사된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보는 이에게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원작의 등장인물에게서 받았던 이미지와 다른 배우의 모습에 실망한다. 심지어는 줄거리도 바꾸어 놓는다. 이 점에서는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괜히 영화를 보고서 원작소설의 내용을 읽은 것처럼 너스레를 떨다가는 망신을 사기 십상이다.

이런 원작과 영상물 사이의 괴리감은 관객들의 이해를 얻기에는 아직 이른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괴리감은 피할 수 없는데 그런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꼭 짚어서 어느 한 가지라고 부러지게 말 할 수 없다. 보편적인 차이는 차분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 등과 달리 영상물은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데 있다. 그나마 한정된 배우들을 통해서 그러한 극중 인물을 나타내야 하는 제약은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몇 년 고생해서 만든 영상물을 두 번도 아닌 한 번의 관람경험을 바탕으로 서슴없이 평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물론 이런 비판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영상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귀 담아 들어 두어야 할 내용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개진은 때때로 외압으로 작용하여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쌍방향 의사소통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답게 많은 사람들이 영상작품 특히TV를 통해서 반영되는 드라마에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그 한 사례일 것이다. 덕분에 진작에 죽었어야 할 상궁이 극중에 계속 등장하게 되는가 하면 줄거리 역시 극작의 원래 의도와 상관 없이 관객들의 요구에 영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배우의 입장에서는, 맡은 역이 악역(惡役)이라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봉변을 당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극중의 인물과 배우를 현실에서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간혹 응징(?)을 하기 때문이다. 플라톤 역시『공화국』에서 예술가의 모방이란 허위와 가식이라는 시인추방론을 내세운 것도 비슷한 모양새다.

오즈음 북한 룡천에서는 재난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아우성인데 드라마에서 계란을 놀잇감으로 삼았다고 시청자들이 흥분한 모양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드라마의 내용까지 연결하는 것은 현실과의 동일시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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